계단을 내려오던 이윤희는 강재혁의 차가운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생겼겠다는 생각에 주다인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다인아, 무슨 일이야?”
주다인은 저장했던 영상을 이윤희에게 건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저도 청아와 잘 지내려고 했어요. 하지만 청아는 나를 적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오늘 밤에 강재혁 씨가 오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심진우에게 몹쓸 짓을 당했을 거예요.”
주다인의 말 한마디에 이윤희와 송하준은 순식간에 안색이 확 변했다.
특히 영상 속에서 송청아의 비웃는 얼굴을 본 순간, 이윤희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아이가 정말 내가 20년 넘게 키운 딸이야?'
평소엔 말 잘 듣고 얌전했던 송청아가 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짓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음흉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너무 믿기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전해지는 주다인의 필사적인 저항과 비명은,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
화가 치밀어 오른 이윤희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가정부를 향해 소리쳤다.
“청아를 내려오라고 하세요!”
한편, 방 안에서 불안에 떨던 송청아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흠칫하더니 급하게 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문밖에서 들려온 가정부의 목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덜컹 내려앉게 했다.
“작은 아가씨, 사모님과 대표님께서 내려오라고 하십니다.”
송청아는 바짝 마른 입술을 적시며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오자마자 부모의 냉혹한 얼굴과 싸늘한 분위기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눈치를 보던 송청아가 주다인을 바라보는 순간, 두 사람은 눈길이 마주쳤다. 차갑게 얼어붙은 주다인의 눈에는 조소가 섞여 있었다.
송청아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비비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변명과 눈물에도 송하준의 분노는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다인이는 우리 친딸이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찾는 걸 포기한 적이 없어. 그래서 이제 겨우 찾았는데, 그렇다고 한들 너를 내쫓기라도 했니? 그저 너희 둘이 잘 지내길 바랐을 뿐이야. 다인이가 돌아와서 네가 불행해진 거라도 있어? 아니면 우리가 너를 박대하기라도 했니?”
송청아는 더욱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 정말로 잘못했어요. 저는 심진우가 무서워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언니를 해칠 이유가 없잖아요.”
송청아가 울며 이윤희한테 다가가 다리를 부여잡으려는 순간, 미리 송청아의 생각을 읽어 냈던 강재혁은 준비해 둔 증거를 송청아의 앞에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
“다인 씨를 해칠 수가 없어서 나한테 약을 탄 거야?”
강재혁의 말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송청아는 숨이 턱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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