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다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그 요구를 왜 들어줘야 하지? 날 해친 사람을 도와주기까지 해야 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턱수염 남자의 감정은 즉각 격해졌다. 그는 수갑을 움직이며 테이블을 세게 쳤다.
“주다인, 나도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거야. 내 딸이 아프지만 않았으면 널 해치는 일은 없었을 거야. 나는 나쁜 놈이고 쓰레기지만 내 딸은 잘못이 없잖아. 아이 엄마는 아이를 낳자마자 도망가 버렸고 나도 아버지 자격 없어. 그래서 너한테 이렇게 부탁하는 거야. 의사니까 책임감 때문에라도 죽어가는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진 않겠지?”
이런 강요하는 태도는 분명 싫었지만 남자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자 마음이 흔들렸다.
눈가에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고 주다인은 입술을 더욱 꽉 다물었다.
남자는 죽어야 마땅하지만 그의 딸은 달랐다.
턱수염 남자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주다인은 잠시 침묵한 후 말했다. ‘
“그래, 당신 딸 구해줄 테니까 말해봐. 이런 짓을 시킨 게 누구야?”
턱수염 남자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그의 목숨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어린 딸을 계속 병마에 시달리게 할 수는 없었다.
공기가 조용해지자 턱수염 남자는 천천히 세 글자를 내뱉었다.
“송청아.”
주다인은 그 이름을 듣고 입꼬리를 비틀며 조소했다.
턱수염 남자는 주다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난 분명히 알려줬어. 그러니까 너도 내 요구 반드시 들어줘야 해. 내 딸은 지금 인애 병원에 있어. 이름은 나은이. 지금 수술해 줄 의사가 없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까 제발 부탁할게.”
턱수염 남자의 절규에 주다인은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불쌍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가 범죄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 작은 소녀를 도와주고 싶었다.
아버지의 잘못을 딸까지 함께 짊어져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윤희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다.
‘청아가 그런 짓을 하다니! 다인이를 죽이기라도 할 생각이었단 말이야?’
송하준의 이마에 분노의 핏줄이 부풀어 올랐다. 그는 주먹을 세게 쥐며 소리쳤다.
“송청아! 이때까지 이런 파렴치한 사람을 딸이라고 키운 거야? 다인아, 걱정하지 마. 아버지는 절대 청아를 감싸지 않을 거야.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거야.”
이윤희도 마찬가지로 20년 넘게 함께한 송청아가 이제는 너무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는 주다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다인아, 우리는 항상 네 편이야. 걱정하지 마, 알았지?”
부모님의 흔들리지 않는 태도에 주다인의 마음도 따뜻하게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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