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아는 그가 남긴 메모를 보고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돈 되는 것들을 준비해준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지만 더 이상 집 안에 그것들을 숨겨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해서 침실에 숨겨두는 것도 영 불안하고 말이다.
“일단은 빨리 침대 아래에 있는 것들을 처리해야 해. 하루빨리 팔아야겠어.”
하선아는 다음으로 팔 물건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돈 되는 것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는 서준수의 메모를 떠올리고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
정말 돈이라는 건 늘 사람을 이렇게 기쁘게 했다.
연애고 결혼이고 돈과 비교하면 아무런 가치고 없는 것들이었다.
이 세상은 공평하고 평등한 세상이 아니기에 돈은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돈이 있으면 인생 대부분의 고통은 다 해결할 수 있다.
하선아는 이제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정해진 시간에 회사를 출근하고 또 퇴근하는 직장인이 아니었다.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다음 날 아침.
하선아는 새로운 책을 스캔한 후 2만 자가량을 또다시 계약하며 사이트에 올렸다.
그러고는 준비를 마친 후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보기 위해 읍내로 향했다.
“엄마, 아빠, 며칠 뒤면 두 분도 필기시험을 봐야 하니까 틈틈이 공부하세요. 알겠죠?”
“그래그래. 조심히 다녀와.”
하정욱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나간 지 30분쯤 지났을까, 설치 기사님이 방문해 티비와 에어컨, 그리고 식기세척기를 설치해 주었다.
“여보, 이리 와봐. 에어컨 바람 엄청 시원해!”
양윤경은 침실에 설치된 에어컨 앞에서 세상을 다 가진 얼굴로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이제 에어컨도 있으니 삼복은 거뜬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여보, 침실에만 있지 말고 거실로 나와서 티비 좀 봐봐. 화질이 엄청 좋아! 사람 모공 속도 다 보이겠어.”
하정욱이 눈을 반짝이며 양윤경을 불렀다.
“이 소파도 엄청 푹신한 게 허리 아플 일도 없겠어.”
양윤경은 그 말에 거실로 나왔다가 곧바로 부엌으로 발걸음을 틀었다.
“기다려. 아직 짐 정리도 못 했어.”
이현숙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양윤경이 커다란 짐을 들고 다가오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제가 대신 정리해뒀어요. 어머님, 그럼 다음 달에 모시러 갈게요.”
“...”
이현숙의 시간 끌기는 바로 끝이 났다.
“조심해서 가요. 멀리 안 나가요.”
양윤경은 폭소하고 싶은 마음을 애써 참으며 두 사람이 집을 떠나기 전까지 표정 한번 바꾸지 않았다.
그녀는 이현숙을 하정수의 집으로 보낼 때마다 묵은 체증이 싹 다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이현숙과는 하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 순간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까.
이현숙은 예전부터 늘 그녀를 깔보고 무시했다. 그녀는 양윤경이 하선아를 출산한 지 1개월쯤 지났을 때 호박을 몇 조각 더 먹었다는 이유로 마치 큰 죄를 저지른 것처럼 그녀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양윤경이 그런 상황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친정엄마와 친언니, 그리고 남편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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