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어요. 그냥 제가 주문할게요.”
양현경은 행여나 그들이 가격을 알고 망설일까 봐 재빨리 메뉴판을 가로챘다.
“엄마, 불편하겠지만 당분간은 호텔에서 지내야겠네요.”
양현경은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괜찮아. 엄마는 어디서 자나 다 똑같아.”
오진숙은 딸의 고충을 눈치챈 듯 일부러 더 호탕하게 웃으며 답했다. 비록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엄마는 딸의 기분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호텔은 레스토랑 맞은편에 위치하였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방이 왜 하나지?”
양현경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임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걸자마자 바로 끊겼고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양현경은 두 번 더 전화한 끝에 임호진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기분이 몹시 언짢았지만 주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임호진에게 강하게 요구할 패기는 없었다.
“호진 씨, 우리 엄마랑 동생이 온다고 얘기했는데 방을 하나만 잡으면 어떡해?”
“그럼 몇 개를 잡아야 하는데? 방 하나에 10만 원이야. 어차피 금방 가잖아.”
말하는 걸 들어보니 내일 임재혁의 약혼식이 끝나면 바로 돌려보낼 생각인듯하다.
양현경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췄다.
“조카도 같이 왔는데 세 사람이 침대 하나를 쓰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무 좁잖아.”
“그게 뭐 어때서? 가족끼리 한 침대 쓰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곧 회의 들어가야 돼. 무슨 일 있으면 저녁에 집에서 얘기하자.”
“아참, 우리 엄마 짠 음식 싫어하니까 저녁은 싱겁게 준비해.”
임호진은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었다.
오진숙과 양윤경은 이런 큰 도시가 처음이었기에 작은 호텔에도 호기심이 많았다. 유독 양현경만이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귀가 밝았던 하선아는 양현경과 임호진이 나누는 대화를 전부 듣게 되었다.
그 후 곧장 프런트로 향했다.
“더블베드룸 하나 더 예약할게요. 아참, 스탠다드룸도 더블베드룸으로 업그레이드 해주세요. 차액은 제가 낼게요.”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하선아는 이 돈을 안 받으면 양현경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망설이다가 호텔비를 받았다.
양윤경은 오진숙을 돌보기 위해 한 방에 묵었다.
“호텔에서 지내는 것도 돈이 많이 들 텐데 내일 일정 끝나면 바로 돌아가자.”
오진숙은 마음이 아프다는 듯이 말했다.
“네 이모... 겉보기에는 큰 도시에서 잘 지내는 것 같아도 속이 말이 아닐 거야.”
오진숙은 가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말에 하선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실 밥을 먹을 때도 그렇고 양현경은 줄곧 아무렇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양현경과 임호진의 대화를 듣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부부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을 아예 몰랐을 수도 있다.
하선아의 머릿속에는 문득 대학 시절 큰이모 댁에 놀러 갔던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양현경의 시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핀잔을 주며 양현경을 무시하는 눈치였다.
“그럴 리가요. 형부가 우리 언니를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한 달에 편지만 백통씩 보냈잖아요.”
양윤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봤을 땐 잘 지내는 것 같은데요? 우리 언니 나이는 오십인데 40대처럼 보이잖아요. 연초에 형부가 승진했다고 자랑도 했었어요.”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종말에 만난 만렙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