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양현경은 오진숙과 양윤경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선아가 옷이랑 저녁을 사 왔으니까 걱정하지 마.”
양윤경이 말했다.
양현경은 핸드폰 너머로 침대를 가득 채운 쇼핑백 여러 개를 보게 되었다. 상당히 비싼 브랜드의 로고도 보였기에 아침에 하선아에게 이체해 준 60만 원이 부족한 건 아닌가 싶었다.
테이블에는 따뜻한 죽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도 놓여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수다를 떨다가 양현경은 영상통화를 마쳤다.
“몇 시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니? 밥은 안 해? 날 굶겨 죽이려는 생각이야?”
곧이어 화가 잔뜩 난듯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아하게 한복을 입고 파마머리를 한 여성은 양현경의 시어머니다.
“오랜만에 엄마랑 동생이랑 통화 좀 했어요. 지금 바로 식사 준비하러 갈게요.”
양현경은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얼른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으로 향했다. 그러나 울컥한 마음은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10년이나 모셨는데, 정작 본인의 엄마가 왔을 땐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하는 신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 몇 개가 뚝딱 완성되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이 차려졌지만 늘 그렇듯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고기가 질기구나.”
시어머니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입에서 고기 한 덩이를 뱉어냈다.
이를 본 임호진은 버럭 호통을 쳤다.
“다음부터 연하게 푹 삶아. 우리 엄마 치아 안 좋은 거 몰라?”
양현경은 하선아에게 이체해 준 60만 원을 떠올리며 화를 꾹 참았다.
“이번 달 생활비 다 썼어. 조금만 더 줘.”
아니나 다를까 임호진은 곧바로 젓가락을 내치며 말했다.
“다 썼다고? 또 다 썼어? 한 달에 200만 원씩이나 주는데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니?”
“엄마랑 동생이 오랜만에 와서 20만 원 송금했어.”
차마 60만 원을 줬다는 얘기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호텔까지 예약해 줬는데 돈은 왜 줬어?”
말을 마친 양윤경은 젓가락을 내려놓은 후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아들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으나 걱정할까 봐 차마 걸지 못했고 딸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양윤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아가 야경 보여준다고 해서 지금 유람선 타러 왔어.”
신호가 좋지 않은지 말소리가 수시로 끊겼다.
“유람선 봐봐. 엄청 크지? 타워도 생각보다 높네.”
양윤경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현경은 핸드폰 너머로 그들이 타고 있는 유람선을 보았고, 맞은편에는 환도 타워가 있었다.
영상 통화를 마치자 때마침 임호진이 노크했는데 태도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고작 20만 원 때문에 일하러 나간다고? 요즘 일자리 구하는 게 쉽지 않아. 솔직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
“40만 원 보냈으니까 그냥 지금처럼 집에서 엄마 잘 모셔.”
“난 회사에 일이 생겨서 먼저 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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