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을 들었음에도 이현숙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정욱이네가 오늘 차 한 대 뽑았어. 방금 보고 왔는데 좋더라.”
“우리 손자 운전면허 따고 싶다고 했었지? 내가 20만 원 보태줄 테니까 얼른 학원 보내.”
전미화는 충격을 금치 못한 채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라고요? 차를 뽑았다고요?”
“응. 여자애가 차 있어서 뭐 하냐고 잔소리 조금 했더니 정욱이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솔직히 결혼하면 남의 집으로 넘어가잖아.”
이현숙은 하정욱이 했던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분통이 터졌다.
“나중에 둘째가 세상을 떠나면 저 집은 상주할 사람이 없잖아. 그때 되면 또 우리 손자가 나서야지.”
예로부터 장례식 상주는 집안의 맏아들이나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린 전미화는 이현숙이 20만 원을 보태준다는 말에 마음이 누그러졌다.
“선아는 뭘 하고 다니길래 돈을 이렇게 많이 벌죠?”
“설마 남 보기 부끄러운 일을 하는 건 아니겠죠?”
전미화는 머릿속으로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떠올렸다.
“나도 이참에 운전면허나 따볼까? 정욱이도 신청했다며?”
하정수가 말했다.
“당신은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우리 아들부터 면허를 따야죠. 그래야 나중에 드라이브도 같이 가지 않겠어요?”
전미화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수십만 원을 써야 하기에 전미화는 아들이 배우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하정수는 난처해하며 물었다.
“알았어. 그런데 선아가 우리한테 차를 빌려줄까?”
듣다 못 한 이현숙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주변 건물도 많고 환경도 나쁘지 않은데 아직 입주민이 없었다.
“아빠, 미리 다 알아봤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벌써 단골이 있는걸요?”
“그래. 난 우리 딸을 믿어.”
하선아는 마트 체인점에 가맹해 그곳에서 직접 납품을 받았다.
개업을 앞두고 하선아는 대량의 물건을 주문했다.
마트 뒤편에는 엄청 큰 창고가 있었고 지하실에도 물품을 보관할 여유 공간이 많았다.
며칠 후 구인 광고를 보고 면접하러 온 사람이 여럿 있었고 하선아는 세 명을 채용했다.
인력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는 셀프 계산대도 배치했다.
게다가 대량의 물건을 주문하는 것도 서준수에게 보내주기 위함이니 많은 직원이 필요 없었다.
총 3명을 채용하였는데 30대의 안현희과 정유정, 40대의 오현영까지 전부 책임감이 강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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