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아는 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물건 정리하는 것 외에도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바빠서 아예 시간이 없네요. 다음 회차를 업데이트할 시간조차 없어서... 나중에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할 수 없네요. 혹시 카톡을 추가해도 될까요? 작가님이 남녀 주인공에 어떤 배우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하선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좋아요.”
곧바로 프로듀서는 허선아의 카톡을 추가했고 남 여배우의 사진을 여러 장 보내왔다.
원작 작가의 의견도 중요하니 불편해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참이나 고민하던 하선아는 조보아와 신인 남자배우 주연혁이 주인공에 적합할 것 같다는 의견을 보냈다. 물론 그녀의 말대로 정해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
[촬영이 공식 확정되면 작가님을 환도로 초대해서 식사 자리를 함께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감독과 주연배우랑 인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설 퀄리티가 좋은 것도 있지만 여자주인공을 메인으로 각색한 드라마는 최초라 무조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거라고 다들 확신했다.
[좋아요.]
답장을 보낸 하선아는 감격에 겨워했다. 예전이라면 꿈도 못 꿨을 텐데 이제는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톱스타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얼마 전 돈 많은 여자가 남자 모델과 함께 찍힌 사진이 장안의 화제로 떠올라 많은 여성의 부러움을 샀다.
오후에는 하선아가 주문한 시멘트가 창고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많은 걸 공간으로 옮기려면 저녁에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난 며칠 동안 수정구슬이 너무 많아졌고 하루에 적어도 10개 이상의 수정구슬을 흡수해야 한다.
흡수를 많이 할수록 공간은 점점 커졌고 야심한 밤에는 서준수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소리마저 어렴풋이 들렸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양윤경의 팔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곧바로 눈치챈 하선아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고 그러자 남자는 대뜸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옥팔찌가 굉장히 좋아 보이네요. 게다가 보기 드문 백옥 품종이네요.”
이를 알 리가 없었던 양윤경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저는 잘 몰라요. 딸이 선물해 준 건데 아마 몇만 원일 거예요.”
남자는 흠칫했다. 백옥 품종은 살벌한 가격으로 유명했기에 몇만 원을 주고 샀다는 그 말을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
“아주 평범한 백옥도 2억 정도는 합니다. 이런 질감과 색상은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고요. 심지어 안쪽과 바깥쪽이 전부 다 둥글다는 건 장인의 손길을 거쳤다는 뜻입니다.”
평소 옥팔찌와 보석들을 관찰하며 살아온 남자는 자신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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