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국수 두 그릇으로는 배를 제대로 채울 수 없었지만, 이세호와 안진수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 맛을 느낄 수 있었다. 1년 가까이 떠돌며 진짜 음식이 어떤 맛인지조차 잊은 지 오래였으니 환상처럼 여겨졌다.
“당연히 진짜 음식이죠. 우리에겐 면도 있고 채소도 있고 깨끗한 물도 있어요.”
옆에서 이정오가 밝게 말했다. 사실 고기는 더 귀한 자원이라, 주로 아이들이나 선발대 대원들, 그리고 각성자 정도나 자주 먹을 수 있었다. 일반인들은 포인트를 모아야만 고기 식사를 얻을 수 있는 형편이었다.
“제발 저희도 이 기지에 받아 주세요! 어떤 조건이든 상관없어요.”
이세호는 열정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오늘 먹은 면발처럼 깨끗한 식사만 보장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자세였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그들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가는 길에 먹을 만한 걸 찾으려 해도 초록색 식물 하나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고, 땅은 황폐해져 사막처럼 변해 버린 상태였으며 동물들도 무시무시하게 변이돼서 먹을 수가 없었다.
‘설마 저기서는 사람 고기를 내놓는 건 아닐까?’
이런 의심도 없지 않았지만 최소한 희망 한 자락만 붙들고 온 셈이었다.
“네, 저도 동의합니다!”
안진수도 힘주어 말했다. 처음엔 그 역시 두려움이 컸다. 혹시 식량이란 게 사람을 낚아서 잡아먹는 식인 기지는 아닐까 염려했지만 직접 와 보니 달랐다. 만약 여기가 마지막 생존의 기회라면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물론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하세요. 이곳 기지에 들어오면 우리의 규칙을 따라야 해요.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면 추방당할 겁니다.”
서준수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기지 규모가 커지는 만큼 관리도 중요해졌고 질서 유지를 위해선 강경한 태도가 불가피했다.
“당장 보니 인원수가 꽤 많네요. 우선 아이들, 여자분들, 그리고 노약자부터 차례로 들여보내도록 하죠. 숙소를 배정하고 필요한 걸 챙길 시간이 필요해요.”
한꺼번에 백 명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면 숙소부터 식량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터였다. 당장 급하게 마련한 집들이 있어도 인원이 늘어나면 결국 조금은 비좁아질 것이고 계속해서 새 건물을 지어야 했다.
그래도 그만큼 노동력도 늘어나니 기지 입장에선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혹시 먹을 것과 물을 조금만 먼저 주실 순 없을까요? 다들 너무 오래 굶어서...”
이세호는 살짝 애원하듯 물었다. 목소리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그건 안 됩니다. 우리는 기지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 함부로 자원을 나누지 않아요. 일단 기지의 정식 구성원이 되어야 식량과 물을 배분받을 수 있습니다.”
안지호가 확성기를 들고 문 앞에서 외쳤다. 그의 차가운 경고에 사람들은 잠시 멈칫했다.
“조용히 해요!”
이세호는 한때 격투기 선수로 활동했던 터라 꽤 강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 덕분에 그의 말에 따르던 이들이 숨을 죽였다.
“노약자와 아이들부터 들어가요. 남은 사람들은 차례대로 입장해요. 여기 들어가면 기지의 규칙을 따라야 해요. 괜히 사고 치면 장이석 꼴 날 줄 알아요!”
이세호는 매서운 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장이석이 말썽을 부리다가 이세호에게 맞아 죽을 뻔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진수 씨는 아이들과 노인들을 먼저 안내해 줘요!”
이세호의 말에 안진수는 재빨리 움직이며 대열을 정비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유입된 백여 명의 생존자들은 하나둘 청명기지 안으로 들어가며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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