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하, 누굴 속이려고 그딴 말을 해? 지훈 씨가 이런 싸구려 음식을 먹을 것 같아?”
한유현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송유리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서씨 가문의 도련님인 지훈 씨가 서민 음식을 먹을 것 같아? 지훈 씨는 평소에 먹고 입는 것 모든 걸 최고급만 취급해. 뭔가 사 들고 가려면 적어도 좀 격에 맞는 걸 골라야지.”
송유리는 담담히 웃었다.
“싸구려 서민 음식? 너도 학교 앞 찐빵 가게 자주 가던데? 내가 여러 번 봤는데?”
이 찐빵 가게는 경성에서도 손꼽히는 맛집이었다. 줄까지 서야 살 수 있을 정도였고 송유리도 자주 들렀다.
그만큼 학교 근처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자주 봤고, 한유현 역시 그중 하나였다.
한유현의 얼굴이 일순 굳었지만, 곧 오기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쓰레기 같은 건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그녀는 망설임 없이 찐빵 봉투를 확 열더니, 안에 들어 있던 찐빵을 쓰레기통에 쏟아버리려 들었다.
“그만해!”
송유리는 다급히 다가가 막으려 했지만, 한유현은 거칠게 그녀를 밀쳐냈다.
송유리는 중심을 잃고 뒤로 휘청였고 손에 들었던 찐빵 봉투는 그대로 땅에 떨어져 쓰레기통 안으로 쏟아졌다.
갓 구운 찐빵들이 더러운 쓰레기통 바닥에 너저분하게 흩어졌다.
한유현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딴 거, 지훈 씨 앞에 가져가는 것 자체가 모욕이야.”
송유리는 멍하니 쓰레기통을 바라봤다. 그러자 가슴이 쿡쿡 찔린 듯 아팠다.
참으려 했지만, 끝내 억누를 수 없었다.
송유리는 성큼 다가가 주먹을 움켜쥔 손으로 한유현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정신 차려.”
“짝!”
고막을 때릴 듯한 쨍한 소리와 함께, 한유현의 고개가 힘없이 한쪽으로 꺾였다.
한유현은 순간 얼어붙었지만 곧 얼굴 위로 퍼져오는 화끈거림 때문에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송유리, 너 진짜 죽고 싶어?”
송유리는 숨도 돌릴 틈 없이 빠르게 말했다.
“지훈 씨 병실 번호 알려줄게. 대신 난동 그만 부리겠다고 약속해야 해.”
송유리는 지금 여기서 몸싸움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지금 여기서 싸워봤자, 이기든 지든 남는 건 망신과 골칫거리뿐이었다.
게다가, 서지훈에게 전해주려던 찐빵도 이미 다 망가졌으니, 빈손으로 병실에 들어가기도 어정쩡한 상황이 될 것 같았다.
‘차라리 이 꼴을 만든 한유현을 같이 끌고 가는 게 훨씬 낫겠어.’
송유리는 빠르게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한유현은 지금이라도 송유리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서지훈의 얼굴을 떠올리며,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
‘일단 병실 번호부터 알아내야 해. 화풀이하는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어.’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며 한유현은 헝클어진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그리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하지만 나한테 거짓말한 거라면 그땐 진짜 각오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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