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유리는 깊은 한숨을 삼킨 채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가서 쉬고 싶었던 소박한 꿈은, 그렇게 산산이 깨져버렸다.
속으로는 꽤 허탈했다.
그 모습을 본 한유현은 잽싸게 서지훈의 팔을 붙잡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매달렸다.
“지훈 씨, 나 여기서 이렇게 지훈 씨 곁에 있는데, 저 못된 여자가 여기까지 끼어 있으면 우리 둘만의 좋은 분위기가 다 망가지잖아요.”
그 징그러운 애교에 서지훈은 저도 모르게 몸에 닭살이 돋는 걸 느꼈다.
참을 것도 없이, 그는 한유현의 손목을 거칠게 뿌리쳤다.
“내가 널 만지라고 했냐? 우리 무슨 사이야? 이미 끝난 지 오래됐고 위자료로 4억도 줬잖아. 이제 와서 또 뭘 바라는 건데?”
‘잠깐 만난 사이에 위자료가 4억이라니... 역시 재벌은 스케일부터 다르네.’
송유리는 순간 그런 철없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싫은 사람하고 돈 때문에 얽히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 절대로.’
한유현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서지훈의 소매를 다시 붙잡았다.
“나는 진짜 지훈 씨 없으면 못 살아... 지훈 씨만 보고, 지훈 씨만 사랑하면서 살아왔단 말이야... 제발,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응?”
그러나 서지훈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그는 어두워진 얼굴로 한유현을 매몰차게 밀어냈다.
“이만 내 앞에서 꺼져!”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이번엔 송유리를 향해 다급히 변명하기 시작했다.
“나... 한유현이랑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야. 연락도 끊었어. 내 말 믿어야 해.”
하지만 송유리는 무심하게 손을 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훈 씨, 저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에요. 저한테 설명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그냥 옆에서 조용히 구경이나 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굳이 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송유리는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유현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서지훈 쪽으로 달라붙어 목소리를 높였다.
“맞아! 송유리는 지훈 씨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으면 다 고칠게. 그러니까 제발... 지훈 씨, 다시 한번만 기회를 줘. 응?”
서지훈은 고개를 돌려 한유현을 째려보더니, 손을 번쩍 들며 위협했다.
‘뭐야... 나는 송유리 마음속에서 찐빵보다도 못한 존재였어?’
그런 그의 정신이 잠시 멈춰 있는 틈을 타, 한유현이 다시 끼어들어 애처롭게 말했다.
“찐빵 몇 개 가지고 이렇게까지 할 일이냐고. 진짜 폭력적이고 무서운 여자라니까. 지훈 씨, 이런 여자랑은 아예 엮이지 마!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부탁해. 내가 다 해줄게!”
송유리는 태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유현을 가리켰다.
“네... 맞아요. 필요한 거 있으면 한유현한테 시키세요. 엄청 부지런한 거 같은데요...”
“지금 네가 낄 자리가 아니거든? 지훈 씨가 널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불렀을 리는 없잖아? 당장 꺼져!”
한유현은 송유리를 향해 여전히 뻔뻔한 목소리로 몰아세웠다.
그걸 본 서지훈은 얼굴이 굳었다.
무심히 옆에 던져놨던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고는 거칠게 번호를 눌렀다.
“지금 당장 병실로 와. 귀찮은 사람 하나 끌어내.”
한유현은 그 모습을 보더니 송유리를 향해 승리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봤지? 이제 곧 끌려 나가게 생겼네. 불쌍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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