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면서도 양심에 찔린 건지 도우미는 옷을 내려놓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송유리도 사실 각오하고 옷을 받아든 것이기에 본래의 모양대로 입을 생각은 없었다.그녀는 이 집안의 도우미도 아니었으니 그들이 차리는 격식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도우미가 건넨 옷은 재질이나 핏은 다 괜찮은데 너무 흔한 디자인이라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었다.
그래서 송유리는 겉옷은 단추를 풀어서 걸치고 셔츠 단추도 두 개 정도 풀어낸 뒤 카라 부분에 장식까지 해주고 치마는 무릎까지 오게 최대한 올려 입어 긴 다리를 드러냈다.
들고 온 백에는 긴 가방끈을 걸어 크로스로 메주니 그야말로 생기발랄한 대학생 같았다.
물론 실제로도 대학생이었지만 이렇게 갖춰 입으니 훨씬 더 어려 보였다.
옷을 갈아입고 로비로 향하던 송유리는 계단 입구에서 도우미들을 따라 올라간 여자들을 마주쳤다.
그녀들은 그새 화장까지 다시 한 건지 파운데이션을 두껍게도 올린 채 아까보다 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내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들의 기분을 달래주려고 서유진의 드레스를 입혀준 듯했다.
어차피 옷은 많으니 서유진 것이라 해도 한두 벌 내주는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나 기분이 좋아진 여자들은 송유리에게 두들겨 맞은 것도 까맣게 잊고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송유리를 마주치자 그들은 하나같이 표정을 굳히며 송유리를 노려보았고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이도 없이 서로 기 싸움을 하며 로비로 걸어갔다.
그때 코너를 돌던 그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양수경의 목소리에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었다.
“밖에서는 어떻게 놀든 상관없는데 어떻게 그런 경우 없는 애를 집에까지 들여?”
“그런 애가 우리 집안에서 소란을 피우는데 너는 부끄럽지도 않아?”
얘기를 들어보니 양수경이 오늘 일로 서지훈을 나무라는 것 같았다.
잠깐의 침묵 끝에 서지훈이 입을 열었다.
“안 부끄러워요. 걔들이 먼저 유리 괴롭혔겠죠. 유리는 뭐 당하고만 있어야 해요?”
이런 일에 대처하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아직은 너무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기에 송유리는 온 힘을 다해 그들과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송유리가 로비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에게로 향했다.
입은 옷은 파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이상하게 가장 눈에 띄었고 가장 생기있어 보였다.
오히려 옆에 선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보다 더 빛나 보여서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역시 예쁜 사람은 뭘 입어도 예쁘구나.”
“얼굴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몸매도 뭐 말할 것 없지.”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던 서유진이 송유리를 보자마자 의아해하며 물었다.
“유리 씨, 왜 우리 집 도우미 옷을 입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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