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고인성의 거절 한마디에 송유리의 코끝이 찡해졌고 눈시울도 붉어졌다.
왜 그의 앞에만 서면 이렇게 여려지는지 송유리 본인도 알지 못했다.
“왜 당신까지 날 괴롭혀요? 나 같은 사람 괴롭히면서 성취감이라도 느끼는 거예요?”
“너 괴롭힐 생각 없어.”
“그럼 왜 이러는데요?”
“우리 얘기 아직 안 끝났잖아.”
“난 할 얘기 없어요.”
“송유리.”
자꾸만 이 일을 피하려 하는 송유리에 고인성은 화를 참으며 표정을 굳히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제대로 얘기해.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입술을 앙다문 그녀의 눈에 눈물이 빠르게 차올랐지만 송유리는 어디 한번 해보겠다는 듯 고인성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고인성이 뒷좌석에서 휴지를 가져와 건네주며 먼저 입을 열었다.
“전에 나랑 했던 거래를 네 마음대로 깨면 그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거야.”
“왜 그 상대가 나여야만 하는 거예요?”
“내가 서유진이랑 결혼하면 이혼은 못 해. 하지만 너라면 다르지. 너랑 하는 결혼에서 갑은 나니까.”
송유리는 그제야 고인성이 자신을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자신이 컨트롤하기 쉬우니까, 참 그럴듯한 이유였다.
“알겠어요.”
입술을 말아 물던 그녀는 결국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어차피 고인성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니 송유리는 그냥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송유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드라마를 보며 쉬고 있던 황이진은 들고 있던 과자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내가 오늘 맛있는 거 얼마나 많이 했는데, 왜 이제야 들어와? 너 지금 아주 대단한 밥상 놓친 거야.”
그 말에 송유리는 눈시울을 붉혔다.
물론 서씨 집안 음식도 예쁘고 맛있었지만 그곳에 있는 성가신 사람들 때문에 얼마 먹지도 못하고 여러 가지 일까지 겪느라 몸도 마음도 피곤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집에 들어오니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나 배고파요. 지금 먹으면 안 돼요?”
드라마에 집중하던 황이진은 울먹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송유리를 바라보았다.
빨개진 눈시울까지 보게 된 그녀는 바로 몸을 일으키더니 송유리에게로 다가갔다.
“왜 그래? 누가 너 괴롭혔어?”
“누가 날 괴롭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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