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뻘게진 눈으로 송유리를 노려보며 미친 원숭이마냥 당장이라도 달려들 태세를 취하고 있는 한유현과 달리 송유리는 여유롭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쓰레기통에 쳐넣은 내 지원서나 빨리 꺼내.”
한유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싫은 티를 팍팍 냈다.
“지금 나더러 쓰레기통을 뒤지라는 거야? 네 지원서를 왜 내가 꺼내야 하는데!”
“네가 버린 거니까.”
“난 못해.”
송유리는 화를 내지도 않고 그저 핸드폰만 흔들어 보였지만 거기에서 오는 무언의 압박감에 한유현은 펄쩍 뛰어댔다.
그런 협박 때문에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에 한유현은 당장이라도 송유리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한유현은 나름 기습을 하려고 한 건지 달려오며 송유리의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지만 그녀가 반항할 거란 걸 예측하고 있었던 송유리는 당황하지 않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는데 그게 또 하필이면 한유현의 배를 가격했다.
괜히 달려들었다가 얻어맞은 한유현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이를 악물고 신음을 흘렸다.
이미지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지 한유현은 눈을 부릅뜨고 송유리를 노려봤다.
“네가 나 때렸다고 신고할 거야!”
그런 한유현에 송유리는 귀찮다는 듯 해명까지 해주었다.
“난 그냥 다리 한번 든 건데 네가 거기에 맞을 줄은 몰랐지. 네가 먼저 달려오다가 맞은 거니까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내가 다쳤잖아.”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그것도 네 잘못이야.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신고하고 싶으면 해.”
송유리는 그의 말을 하나하나 성심성의껏 받아쳐 주었다.
“1시간 20분 남았는데, 영상이 공개되는 걸 원치 않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분하고 아팠지만 한유현은 송유리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이렇게 초라해진 적은 처음이라 쓰레기통을 연 한유현은 더러운 내부를 바라보다가 다시 송유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어떻게 꺼내?”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는 워낙 길이 막히는 경성이라 송유리는 택시 안에서 한참이나 기다려야 했다.
앞뒤가 차로 꽉 막힌 도로를 보며 송유리는 전동 스쿠터라도 하나 사는 게 등하교하기에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문을 열어보니 거실에 불은 켜져 있는데 사람이 없어서 송유리는 빈 허공에 대고 인사를 했다.
“저 왔어요.”
그녀의 크지도 않은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들려오자 소름이 돋은 송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이진과 함께 살던 작은 아파트가 더 따뜻하고 편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1년은 여기서 보내야 했기에 송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거실 옆 주방을 가보았다.
테이블 위에 가득 놓인 음식은 건드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도 밥을 안 먹은 건가?’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은 그의 모습에 아무래도 서재에 있을 것 같아 송유리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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