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쩌다 돈 얘기하러 왔다가 인성 씨와 함께 ‘커플 운동’까지 하게 된 건지...’
송유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에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핑크색 민소매 운동복에 하얀 트레이닝 팬츠로 갈아입은 자신을 거울로 마주하자, 한숨부터 나왔다.
고인성은 흰색 민소매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핏하게 달라붙은 옷 아래로 단단한 근육이 드러났다 숨기를 반복했다. 괜히 시선이 따라가게 되는 분위기였다.
조명 탓인지, 그에게서 묘하게 유혹적인 아우라마저 풍기는 것 같았다.
고인성을 따라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마치 비싼 개인 트레이너와 1:1 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스트레칭이 끝난 후, 고인성이 무거운 덤벨 두 개를 쥐여주자, 송유리는 당황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저 이거 못 들어요...”
“내가 도와줄게.”
고인성은 그녀 뒤로 돌아가 손을 감싸 쥐듯 받쳐 들더니, 천천히 스쿼트를 시키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말고 호흡에 집중해.”
“네...”
덤벨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솔직히 말해, 고인성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손목이 꺾였을지도 몰랐다.
송유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고인성이 어느새 등 뒤에 바짝 붙었다.
그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평소엔 운동을 아예 안 하나 봐?”
‘이건 대놓고 무시하는 건가?’
진짜 제대로 붙으면 어떤 종목이든 이길 수 있는지만, 송유리는 힘으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겉보기엔 얌전하고 순진해 보여도, 실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했기에 매년 전공 1등을 놓친 적 없었다.
“그냥... 평소에 안 했을 뿐이에요. 하면 잘할 수 있어요.”
“그래?”
“당연하죠.”
자신만만하게 받아쳤지만, 그 자신감은 얼마 못 가 무너졌다.
고인성이 그녀를 데리고 헬스 기구란 기구는 다 돌리며, 말 그대로 악마의 루틴을 소화시켰던 것이었다.
땀은 땀대로 쏟고 다리에도 힘이 풀렸고 정신은 반쯤 나가버렸다.
“계속할래?”
지금 이 순간, 송유리는 고인성이 악마처럼 보였다.
‘계속하긴 뭘 계속해. 살아 있는 게 용하다...’
그녀는 속으로 울부짖었지만 실제로는 차분하게 말했다.
“안 할래요...”
“하면 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됐어요... 이제 진짜 못 하겠어요.”
송유리는 손을 휘저으며 완전히 백기를 들었다.
고인성은 생수병 하나를 집어 그녀에게 던져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운동을 하고 난 뒤 이렇게 폭신한 침대에 몸을 뉘니,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시원하고 개운했다.
잠시 멍하니 누워 있다가, 벗어둔 운동복을 챙겨 세탁기에 넣으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집에서 세탁기를 쓰는 건 오직 송유리뿐이었다.
고인성의 고급 맞춤 정장들은 세탁 서비스 업체에서 직접 수거해갔다가 세탁을 마치고 다시 배달해 주곤 했다.
송유리가 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진 세탁기는 그야말로 ‘전시용’처럼 방치돼 있었다.
그래서 처음 사용했을 땐, 세탁조 안에 설명서가 그대로 들어 있었을 정도였다.
운동복을 세탁기에 넣으려다 보니, 재킷 주머니에서 무언가 두 장이 툭 떨어졌다.
바닥에 내려앉은 건 학기 말 연극 무대의 초대권이었다.
공연에 오르는 학생들에게 학교 측에서 따로 나눠준 티켓으로, 가족을 초대하라고 준비된 것이었다.
하지만 송유리에게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송유리가 처음 쓸 땐 세탁기 설명서가 세탁조 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을 정도였다.
운동복을 세탁기 안에 넣으려다 보니, 재킷 주머니에서 무언가 두 장 툭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그것은 학기 말 연극 무대의 초대권이었다.
그녀가 제일 먼저 떠올린 사람은 황이진이었다.
‘이진 언니는 늘 걱정해 주고 말없이 챙겨주는 언니 같은 존재니까... 이진 언니라면 아무 말 없이 와줄지도 몰라.’
그리고 나머지 한 장의 티켓을 바라보던 송유리가 조심스레 떠올린 사람은 고인성이었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머뭇거리며 생각했다.
‘인성 씨는 워낙 바쁜 사람이잖아. 내가 나오는 연극, 그깟 학기 말 무대 따위에 관심 가질 리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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