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이제 가려는 거예요?”
“네.”
“마침 나도 나가려던 참인데... 태워다줄까요?”
송유리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황이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황이진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희는 택시 타고 갈 거예요.”
주호진의 눈빛에 마지막 남은 기대가 스르르 꺼져갔다.
그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은 어딘가 쓸쓸했고, 말에는 체념이 스며 있었다.
“그래요. 조심히 들어가요.”
“네. 안녕히 계세요.”
황이진은 송유리의 손을 잡고 병원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송유리가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진짜 안 태워달라고 할 거예요? 그냥 한 번 타고 가도 되잖아요. 차비도 아끼고...”
“됐어.”
황이진의 대답은 짧고도 단호했다.
송유리는 더 말하지 못하고 황이진을 택시에 태워 보낸 뒤, 길가에 혼자 남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대의 마세라티가 조용히 그녀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며, 고인성의 차가운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송유리를 보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내가 같이 가겠다는데 싫다 그러고 할머니 병문안은 아예 오지도 말라고 하고... 내가 그렇게 창피해?”
‘왜 이렇게 말투가... 살짝 화난 것 같지?’
송유리는 능숙하게 차 문을 열고 타올랐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매고 눈웃음을 띤 채 고인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다 인성 씨를 위한 거죠. 우리 관계 비밀로 하자는 것도 인성 씨가 먼저 제안한 거고, 계약서에도 그렇게 쓰여 있잖아요. 같이 있는 거 들키면 인성 씨가 곤란하잖아요?”
“기억은 잘하네.”
“그럼요. 고용주의 요구는 항상 정확하게 기억해 놓아야죠. 그게 진짜 프로의 자세 아닐까요?”
“직원?”
“나랑 같이 있으면서 딴생각을 해?”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생각할 게 있어서요.”
“무슨 생각?”
“그냥... 인성 씨는 주호진 선생님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송유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눈빛엔 막연한 궁금증과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끼익!”
차가 급하게 도로 옆에 멈춰 섰다.
고인성은 운전대를 세차게 움켜쥐고 있었다.
하얗게 질린 손등 위로 핏줄이 도드라졌고 어금니를 물어뜯듯 악물고는 이를 바득 갈았다.
“왜 갑자기 주호진 얘길 해?”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으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위태로운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마치 송유리가 조금이라도 엇나간 대답을 하려는 순간, 이 조용한 차 안이 금세 전쟁터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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