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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은 너였어 นิยาย บท 168

“그럼 오후 세 시에 픽업...”

“잠시만요!”

송유리가 머뭇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조금만 늦추면 안 될까요? 삼십 분 정도라도 괜찮아요.”

고인성은 다시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았다.

느슨한 자세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담담했다.

송유리는 서 있었고 고인성은 앉아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오히려 고인성이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말해봐. 뭐 때문에 그러는데?”

송유리는 문득 황이진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기회는 스스로 잡는 거야!’

고인성에게 말하면 비웃음 살까 봐, 헛된 욕심이라며 단번에 무시당할까 봐 망설였던 일이었다.

그런데 막상 말을 꺼내고 나자, 고인성은 의외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해보고 싶으면 해봐.”

“얼마나 걸릴지 정확하진 않지만... 최대한 빨리 돌아올게요. 혹시라도 늦어지게 된다면, 언제까지 괜찮을까요?”

송유리는 두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고 괜히 민폐가 되는 건 아닌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물었다.

‘이런 말까지 하는 건 좀 지나친 걸까? 너무 염치없어 보이진 않을까...’

“아무 때나...”

“네?”

너무 단호하고도 덤덤한 대답에, 송유리는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언제 오든 괜찮아. 도착하면 전화만 해. 내가 데리러 갈게.”

“근데... 인성 씨 가족들에게 민폐 끼치는 거 아닐까요?”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고인성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을 떨구던 송유리의 손을 조용히 잡고 드레스룸 쪽으로 이끌었다.

“그래도 옷은 미리 챙겨봐야지. 내일은 감독 만나는 날이잖아. 첫인상 중요하니까, 제대로 준비해야지.”

“네!”

모든 게 예상보다 순조롭게 흘러가자, 송유리는 얼굴을 환히 밝히며 들뜬 마음으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황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순간의 송유리는 그저 한껏 들뜬 평범한 소녀 같았다.

고인성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눈빛에 은근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

다음 날.

송유리는 오후 한 시 반, 약속보다 한참 이른 시각에 부동산 센터에 도착했다.

황이진은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나 특유의 세련된 몸짓으로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타이밍이 왔구나.’

바로 이거였다.

황이진은 곧장 송유리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불과 몇 분 만에 송유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강찬호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마치 자신이 낚시에 걸린 멍청한 물고기처럼 느껴졌지만, 이상하리만큼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송유리의 이미지와 분위기는 지금 자신이 구상 중이던 배역과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연기를 한 번 보여달라고 했다.

짧은 오디션이 끝난 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오늘 연기 잘 봤습니다. 결과 나오면 제일 먼저 연락드릴게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몰랐지만, 송유리는 마음이 가벼웠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해서 끝까지 해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강찬호와 황이진에게 인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는 어느새 시계가 오후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송유리는 고인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성 씨, 저는 이제 끝났어요.”

“그래. 지금 데리러 갈게.”

그가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이었다.

전화를 끊으려던 그 순간, 송유리의 귓가에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걸렸다. 분명히 들리진 않았지만 뉘앙스만으로도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인성아, 도대체 어떤 여자를 데리고 온다는 거야? 어디 내세울 만한 가문 출신도 아니고! 뭐 하나 똑 부러지는 구석도 없는데! 늦기까지 해서 어른들을 기다리게 만들어? 제정신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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