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이 되어 돌아보던 송유리는 옆에 서 있는 게 고인성임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뱉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놀랐잖아요.”
“왜 인기척도 없이 다녀요?”
송유리가 책망하듯 묻자 고인성은 나름대로 억울해하며 답했다.
“소리 냈는데 네가 못 들은 거야.”
“진짜요?”
“험담에 너무 열중하느라 못 들은 거 아니야?”
“뭐라고요?”
고인성은 역시나 그렇듯 송유리를 난감하게 했지만 송유리도 이번에도 시치미를 뗐다.
“험담이라니요? 난 그런 거 한 적 없어요.”
“그래? 그럼 내가 들은 건 뭐야?”
“헛소리 그만 해요.”
“귀신의 집이랬나?”
중요한 단어를 용케도 짚어내는 고인성에 송유리는 깜짝 놀라서 그의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말하지 말라고요!”
안 그래도 고 씨 집안에서 미움받고 있는 처지인데 송유리가 저런 말까지 했다는 걸 알게 되면 다들 아마 그녀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것이다.
“나한테는 그렇게 큰일을 맡겨놓고 너는 여기서 사랑싸움이나 하고 있어? 네가 그러고도 친구야?”
오자마자 고인성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하던 윤지훈은 송유리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소리 질렀다.
“야!”
“너 금욕이 아니라 눈이 높은 거였구나. 엄청 예쁘네? 어쩐지 결혼을 서두르더라니, 나 같아도 당장 결혼했을 거야.”
감히 고인성의 할아버지를 노인네라고 칭하는 윤지훈에 송유리는 놀라운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할아버지가 왜 문제인지 궁금했던 송유리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뭐가 문젠데요?”
“얘 할아버지가 우리 아빠한테 전화까지 했어.”
“어머, 어떡해요...”
송유리가 동정해주자 윤지훈은 더 펄쩍 뛰어댔다.
“다 고인성 이놈 때문에 생긴 일이야.”
“신제품 나오면 너희 회사로 바로 보내줄게. 소속 연예인들이 우리 가방 제일 먼저 들 수 있게.”
청원의 신제품은 출시와 동시에 매진되기에 온라인에서는 3초만 지나도 품절이 떠버리고 오프라인 역시 전날부터 줄을 서서 대기해야만 했다.
역시 사람들은 늘 자신이 갖지 못하는 걸 더 갈망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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