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는 자기가 여기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선심을 쓴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발소리가 들리자 사람들이 송유리 쪽을 돌아봤다.
송혁수가 미간을 먼저 찌푸리며 쌀쌀맞게 말했다.
“뭐 하러 왔어?”
김이나는 송유리를 쳐다보며 눈에 차가운 기색을 잠깐 비추더니 이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돈 떨어져서 아빠한테 손 벌리러 온 거야? 네가 잘못한 게 많긴 해도 부모님 손에 그렇게 오래 컸으니 정은 있겠지. 그러니 진짜 밥 굶고 다니면 나도 모른 척할 수 없잖아.”
그러면서 그녀는 명품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몇 장의 만 원짜리 지폐를 송유리에게 건넸다.
“자, 받아.”
돈은 송유리 앞에 있었지만 그녀는 이것이 호의가 아닌 모욕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송유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돈 있어. 난 할머니 보러 온 거야.”
“할머니 보러?”
김이나는 마스크 뒤에서 비웃음을 흘렸다.
“너 제발 할머니 앞에 나타나지 마. 그러잖아도 아프신데 너 같은 도둑년 보면 자극받으셔.”
송혁수는 김이나 손에 있던 돈을 낚아채 송유리에게 집어 던졌다.
“맞아! 너 같은 불효녀는 할머니 앞에 얼씬도 마. 돈 받고 꺼져!”
돈은 송유리 몸에 맞고 바닥에 흩어졌다.
송유리의 자존심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드는 아픔만이 그녀가 지탱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듯했다.
“그냥 할머니 얼굴만 볼게요.”
“네가 무슨 자격으로?”
송혁수가 쏘아붙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머니를 살려야 합니다! 무리가 되든 말든!”
송혁수의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가득했다.
의사는 그런 송혁수의 효심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주호진 선생님 아시죠? 고씨 가문 주치의에 심혈관계 최고 전문가인데 그분이 수술하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그럼 주호진 선생님께 연락 해주실 수 있나요?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어머니는 살려야 합니다!”
“그건...”
의사는 난처한 듯 수술모를 긁적였다.
“주호진 선생님 같은 분은 연락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게다가 바빠서 일주일에 수술을 두 번밖에 안 하시거든요. 전국 환자들이 다 그분께 수술받고 싶어 하니, 수술 예약이 몇 년 치는 밀려 있을 겁니다.”
“그럼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제가 직접 연락드릴 방법은 없습니다. 혹시나 아는 분이 있으면 연결해 보는 수밖에... 어떻게든 스스로 알아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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