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싼 것도 있겠지...’
이때 매장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화이트, 실버, 핑크, 레드 다 있어요. 이쪽 한 번 보세요.”
직원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시선을 옮기자 비슷한 모델에 여러가지 색상의 가방이 진열돼 있었다.
“마음에 드는 제품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각자 가격 한번 말해줄래요?”
“화이트는 1070만 원, 실버는 1150만 원, 핑크 1030만 원...”
컬러마다 가격 변동이 조금 있지만 뜻밖에도 그녀가 고른 블랙이 가장 저렴했다.
한유현은 입이 쩍 벌어지는 가격에 난감한 듯 웃었다.
“그래도 이 컬러가 제일 예쁘네요.”
직원이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그럼 지금 바로 포장해드릴까요?”
한유현은 또다시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
“좀 더 고민해볼게요.”
그녀는 이보다 더 저렴한 걸 원하니까.
이때 송유리가 웃으며 한 마디 끼어들었다.
“왜? 너무 비싸? 돈 없으면 말해. 직원이 제일 싼 걸 내오면 될 거 아니야. 뭣 하러 체면 내세우려고 비싼 걸 골라? 주제 파악 해야지.”
얼핏 들으면 위하는 척하는 말투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한유현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
“풉! 하하.”
“내가 다 창피하네. 저 꼴에 누굴 비웃어?”
“900만 원짜리 가방도 못 사면서 VIP 손님을 비웃는 거야? 웃겨 정말. 하하!”
밖에서 줄을 서는 사람들은 안 그래도 지루한데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생겼다.
모두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제 일 초라도 머뭇거리면 체면이 바닥을 내리치는 셈이다.
한유현은 분해서 사색이 되었지만 결국 이 말을 내뱉었다.
“주세요.”
“알겠습니다!”
직원이 단말기를 건네고 카드를 쓱 긁었다.
띠.
얼마나 청아한 제시음일까.
직원은 가볍게 웃으며 한유현에게 단말기를 건넸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곧장 영수증이 나왔다.
한유현은 줄곧 어두운 표정으로 임했다.
백을 사는 건 엄청 즐거운 일이지만 그녀는 좀처럼 웃지를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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