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는 뒤돌아보더니 이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산 거 아니에요. 선물 받은 거예요.”
“선물? 누가 줬는데?”
“지난번에 이진 언니랑 청원에 가방 사러 갔을 때 인성 씨 형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그분이 줬어요...”
송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인성은 벌떡 일어나 가방에 달린 장식을 확 뜯어냈다.
힘을 너무 줘서 가방끈까지 망가질 정도였다.
“인성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송유리는 막으려다 고인성의 날카로운 눈빛에 주춤하며 손을 거둬들였다.
고인성의 표정이 너무나도 소름 끼칠 정도로 사나웠다.
고인성은 열쇠고리를 움켜쥔 채 부엌으로 가서 가위를 들고 오더니 망설임 없이 강아지 열쇠고리를 가위로 찢어버렸다.
너무나도 잔인한 광경에 송유리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잠시 후, 고인성이 입을 열었다.
“이게 뭔지 알아?”
송유리는 마지못해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커피 테이블 위에는 열쇠고리 인형의 솜이 흩어져 있었는데 그 안에서 전자 부품들이 드러나 있었다.
부품들의 전선은 잘려나간 상태였고 고인성의 손에는 전선이 끊어진 작은 검정 사각형 장치가 들려 있었다.
“이... 이게 뭐예요?”
“도청기야.”
“네?”
송유리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고승현이 고인성의 형이 아니었나? 왜 나에게 준 열쇠고리 인형에 도청기를 넣은 거지?’
완전 변태 같은 행동이었다.
그녀는 고승현을 단 두 번 만났지만 기억 속의 그는 항상 온화하고 미소를 머금은 품위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변태라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송유리는 문득 무언가 떠올라 황급히 설명했다.
일단 이 사실은 안 들킨 모양이었다.
“아뇨.”
“잘했어.”
고인성은 의외로 쉽게 믿어주었다.
남은 생강차가 이미 식어버렸지만 그는 이번에 주저 없이 단숨에 마셔버리며 마무리했다.
“앞으로 그 미친놈 멀리해. 알겠지?”
“네...”
송유리는 영문도 모른 채 고인성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고인성은 곧장 서재로 향했다.
거실에는 송유리 혼자 남았다. 그녀는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꼬고 앉아 고인성이 했던 말을 곱씹었다.
고인성과 고승현 사이가 단순하지 않다는 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지옥순이 두 형제를 대하는 태도 또한 눈에 띄게 달랐다. 하지만 고인성은 집안일에 대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고, 송유리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고승현이 지옥순의 친자식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서재.
따뜻한 조명 아래 고인성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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