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는 어리둥절했다.
‘고자질이라니? 그런 말 한마디도 안 했는데.’
그녀는 바닥에 던져진 가방들을 내려다보았다.
‘왜 이렇게 익숙하지?’
한참을 들여다보고야 깨달았다. 이건 고인성이 자신에게 선물했던 가방들이었다.
며칠 전, 그린 타운에 다시 돌아왔을 때 옷장에 있던 물건들이 상당수 사라진 걸 발견했다. 하지만 모두 고인성이 준 것들이었고, 원래 그의 돈으로 산 물건들이었으니 그의 어머니와 사촌 여동생이 원한다면 자신이 막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없어진 건 그냥 넘어갔었다.
하지만 오늘 지서연이 가방을 돌려주겠다며 찾아온 건, 또다시 자신을 망신 주려는 속셈이었던 모양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자 송유리는 더는 참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주워서 보물처럼 여기더니, 인제 와서 발악하며 나를 욕해요? 나보다 서연 씨가 더 한심한 거 아니에요?”
지서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뭐? 쓰레기? 송유리, 네가 뭔데 감히 이런 말을 해? 너 따위가 이런 것들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건 모두 인성 씨가 내게 준 거예요. 인성 씨가 줬다는 건 내가 받을 자격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는 지서연 씨는 받았어요?”
한 마디에 지서연은 할 말을 잃었다. 받은 적이 없어서 화가 난 것이니 말이다.
차 문을 꽉 잡은 지서연의 손은 송유리를 박살 내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단지에서 나오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고인성이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오늘은 꼭 고인성에게 송유리의 진짜 얼굴을 보여줘야지.'
이런 생각에 지서연은 강경하게 말했다.
그 순간 고인성이 스카프를 그녀의 목에 둘러주었다.
“이렇게 급히 나오다니, 스카프도 안 하고.”
“나 방금 일부러 그런 건...”
고인성이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급하다며? 너 먼저 가. 여긴 내가 처리할 테니.”
“알았어요.”
송유리는 대꾸하며 발길을 돌려 망설임 없이 떠났다. 지서연은 송유리가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더니 씩씩거리며 고인성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오빠, 어떻게 저 여자를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있어? 저 여자가 지금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 오빠는 왜 저 여자만 그렇게 감싸는 거야!”
“맞아. 내가 감싸는 거야.”
지서연은 잠시 멍해졌다. 평소 냉정하고 남의 감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던 고인성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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