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좀비마냥 땅을 제대로 밟지도 못하고 절뚝거리는 게 안쓰러웠던 황이진은 다급히 송유리를 잡아 세웠다.
“상처 치료는 하고 가. 안 그러면 나중에 흉 져.”
그 뒤로 황이진은 바쁘게 돌아다니며 약도 사 오고 그 약을 발라도 주고 또 택시까지 잡아줬다.
그리고 송유리를 택시에 태우며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계산은 앱에서 바로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집 가면 내 방 서랍에서 내가 전에 쓰던 핸드폰 꺼내서 일단 쓰고 있어. 들어가면 들어갔다고 문자도 좀 하고, 알겠어?”
“네.”
대답은 했지만 송유리는 여전히 초점 잃은 눈동자로 황이진을 보고 있었다.
-
그날 밤 송유리는 악몽을 연달아 꾸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실망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타박하는 꿈을 꾸더니 곧이어 고인성도 등장했다.
“넌 어떻게 그런 일 하나도 제대로 못 하니? 내가 널 얼마나 아꼈는데 정말 실망이다.”
“송유리, 내가 너 몇 번 만나줬다고 진짜 네가 뭐라도 된 줄 안 거야?”
그리고 그들 뒤로는 송혁수가 신명 나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 이 원고들은 애초에 내 거였어!”
“이 정도면 돈은 충분히 벌겠네. 전부 다 돈으로 바꿔야지.”
“원고 하나도 똑바로 못 지키는 애를 내가 왜 믿었을까? 널 믿은 내가 잘못이지. 저렇게 중요한 물건을 너한테 내주는 게 아니었어.”
...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악몽에 눈을 번쩍 뜬 송유리는 식은땀이 잔뜩 난 몸부터 살폈다.
어떤 곳은 땀에 절어 진득하기까지 해서 송유리는 바로 욕실로 달려갔다.
샤워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는 학생회장에게서 온 문자를 보게 되었다.
[학교주주총회 지원자분들은 오늘 늦지 마시고 지정된 곳에 도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와의 문자를 마친 송유리의 눈에 평소와 달리 문자가 99개나 넘게 온 단톡방이 눈에 들어왔다.
담당자가 가끔 보내는 공지 외에는 소식이 없어서 늘 조용하던 지원자 단톡방이 오늘따라 유독 시끌벅적했다.
그래서 호기심에 한 번 클릭해보니 이 순간에도 문자가 계속 오고 있었다.
[오늘 청원그룹 대표님도 오신다며?]
[나 그럼 드디어 고 대표님 실물 영접할 수 있는 거야? 너무 기대돼!]
[연예인보다 더 잘생겼다던데?]
[나도 딱 한 번 봤는데 잘생긴 건 확실해.]
[디자인과 애들은 다들 반쯤 미쳐있던데? 다들 졸업하고 청원 가고 싶어 하잖아.]
그의 이름을 보니 어젯밤 꿈에서 보았던 증오 가득한 두 눈이 떠올라 낯빛이 창백해진 송유리는 다급히 뒤로 가기 버튼을 눌렀다.
고인성도 자신을 보고 싶지 않을 테니 송유리는 오늘 수많은 지원자들 틈에 섞여 그에 눈에 띄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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