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는지 죽었는지 일단 확인해 봐.”
그녀는 그의 말대로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남자의 코 앞에 가져다 댔다.
희미한 콧김이 있는 걸 보니 아직 살아있었다.
“안 죽었어요.”
“일단 사람부터 살려. 피 멈추게 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와는 정반대였다.
그는 이성적이었고 단호했고 밤바다의 등대처럼 그녀에게 빛을 밝혀주는 것 같았다.
목소리가 여전히 떨렸지만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그녀가 독기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싫어요.”
“뭐?’
“이 인간은 죽어도 싸요.”
방금 남자가 한 일을 생각하면 구역질이 났다. 게다가 이 남자는 상습범인 것 같았고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이 인간한테 당했는지 모른다.
이런 사람은 살 자격이 없는 것이다.
죽어도 마땅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죽으면 당신은 살인자가 될 수도 있어. 정말 그래도 상관없는 거야?”
그의 서늘한 목소리에 송유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입술을 깨물고 버티던 그녀가 한참 후에야 한마디 내뱉었다.
“이 인간이 절 성폭행하려고 했어요.”
그 말에 한동안 침묵이 흘렸다. 그가 다시 평온을 되찾으며 입을 열었다.
“송유리, 내 말 잘 들어.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는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 어찌 됐든 살리는 척이라도 해. 걱정하지 마. 그 인간이 살아있어도 내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또다시 두 사람 사이에 긴 침묵이 흘렸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설 경찰이 아니었다.
“신고가 있다는 건 분명 뭔가 일이 있다는 뜻이겠죠. 저희는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합니다. 이 룸 안에는 누가 있습니까? 안에서 뭘 하고 있나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아마 술을 마시고 있을 거예요.”
“아마요?”
“아니요. 분명 술을 마시고 있을 거예요.”
“문 열어요.”
“다른 룸들은 이미 다 조사를 하셨잖아요. 별일 없으니까 하나를 적게 조사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요?”
그러나 상대방은 단호했다.
“문 열 거예요? 말 거예요? 아니면 저희가 강제로 진입할까요?”
“문 열겠습니다.”
드디어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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