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졌다.
그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도 이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어진 맛을 알게 된 셈이다.
송유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인성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리 걸어도 소용없었다. 고인성은 다시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황이진은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욕실에서 나왔다.
“나 샤워 끝났어. 이제 너도 샤워하러 가.”
그런데 뜻밖에도 마치 누군가에게 혼을 빼앗긴 것처럼 멍하니 앉아있는 송유리를 보고 그녀는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왜 그래?”
“누군가가 나를 상대하지 않으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사과해야지.”
“사과해도 소용없으면요?”
“같이 밥 먹자고 해.”
“거절당했어요...”
송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억울한 표정이다.
황이진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했다.
“듣자 하니 많이 화나 삐진 것 같아. 네가 좀 더 달래봐. 달래면 괜찮아질 거야.”
“어떻게 달래야죠?”
“이렇게 해. 내일 점심에 도시락을 가져다줘. 네가 직접 만든 거로.”
“하지만 전 요리할 줄 몰라요.”
송유리는 고민하다가 저도 모르게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며 계속해서 말했다.
“괜찮아요. 전 배울 수 있어요.”
“하루 내로 어떻게 요리를 배울 수 있어. 설령 만들어도 맛있진 않을 거야.”
황이진의 말에 의기양양했던 송유리는 순간 맥이 빠졌다.
‘이 방법도 안 되는 건가? 그럼 또 무슨 다른 방법이 있을까!’
황이진은 웃으며 말했다.
[하나는 널 주는 거고 다른 하나는 네가 달래려는 사람에게 주는 거야. 둘이 같이 잘 먹으면 감정도 좋아질 수 있어. 화이팅!]
[떠나기 전에 따뜻하게 덥혀야 해. 사랑해!]
황이진이 그녀를 위해 준비한 음식들을 보며 송유리는 그녀를 안고 미친 듯이 뽀뽀해주고 싶었다.
‘이진 언니는 나에게 너무 잘해줘.’
이 도시락이 있으면 그녀는 고인성을 찾아갈 구실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그를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점심 11시 30분, 송유리는 청원빌딩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프런트 데스크로 걸어갔다.
“실례지만, 제가 고 대표님을 만나려면 먼저 예약을 해야 하나요? 예약은 어떻게 하나요?”
드라마를 많이 본 그녀는 이런 상황에서는 보통 예약을 하라고 할 것이라 짐작하고 서둘러 물었다.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예약할 수 없습니다. 고 대표님은 외부 손님을 만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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