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송유리는 고인성을 보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날 만나 주시는군요!”
고인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송유리를 바라보았다. 낯설고 차가운 시선이었다.
“서지훈 때문에 나랑의 약속을 어긴 거야?”
“그날 일 말하는 거예요?”
송유리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날 갑자기 사고가 났어요. 누구도 원한 일은 아니었죠.”
“하지만 넌 서지훈을 선택했잖아.”
“그를 모른 척할 순 없었어요...”
고인성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날 바람 맞힌 거야?”
송유리의 마음을 꿰뚫는 한마디였다.
송유리는 그 일에 대해 고인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변명할 여지도 없었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만약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녀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혼인 신고를 하러 갈 수는 없었다. 그런 행동은 그녀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 사이의 관계는 계약에 불과했다. 그저 연극일 뿐인데 하루 먼저 혼인 신고를 하든, 하루 늦게 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심지어 그녀는 고인성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생각이야?”
“그럼 어떻게 사과하길 바라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으...”
송유리는 너무 놀라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고인성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고인성은 그녀의 이를 비집고 들어가 거칠게 키스했다.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강렬했다.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기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는 돼야 진심처럼 보이지 않겠어?”
“방해했네요, 지금 가겠습니다.”
“돌아와.”
다시 돌아온 명서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출발해.”
“두 분 계속...”
명서원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고인성의 눈초리를 받았다.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명서원은 황급히 입을 다물고 고인성의 지시대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송유리 씨 댁에 먼저 모셔다드리는 거 맞죠?”
“곧장 그린 타운으로 가.”
“네.”
고인성의 명령이었기에 명서원은 토 달지 않고 바로 시동을 걸어 목적지로 향했다.
하지만 송유리는 싫은 기색이었다.
작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였지만 어딘가 단호함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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