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는 어떻게든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무리 이를 꽉 악물어도 몸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고 도망칠 수 없었다. 게다가 하시훈이 그녀가 당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자신에게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나지운을 보며 절망에 빠졌다.
같은 호텔 복도에서.
하시훈은 서늘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백지성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그에게서는 어두운 아우라가 흘러나왔고 순식간에 호텔 복도의 공기를 얼어붙게 했다. 마치 지금 이 순간 사람을 죽이러 찾아온 것처럼 살기를 내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마저 뒷걸음질 치게 했다.
문 앞을 지키고 있던 설연우는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하시훈을 발견하고는 놀라고 말았다.
‘저 남자는 어젯밤 설인아와 함께 술집에 있었던 남자였잖아? 그런데 여기는 왜 찾아온 거지?'
설연우는 잘생기고 온몸에서 귀티가 흐르는 하시훈을 보았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그녀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긴장하게 되었다. 만약 그녀가 이런 남자와 친해진다면...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안색이 변했다.
‘설마. 설인아를 구하러 찾아온 거는 아니겠지?!'
하시훈과 백지성은 이미 설인아가 있는 방 앞까지 도착했다. 문 앞을 지키던 두 경호원은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막아섰다.
“여긴 들어갈 수 없는 곳입니다.”
하시훈은 마치 염라대왕이 찾아온 것처럼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입술을 살짝 틀어 물던 그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두 경호원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백지성이 다가가 주먹으로 두 사람을 공격했다.
“아악!”
문에 머리를 부딪친 두 명의 경호원은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감싸며 소리를 질렀고 이내 이를 빠득 갈았다.
“얼른, 잡아!”
만약 두 사람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 두 경호원은 좌우로 달려들며 백지성을 공격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설연우의 안색이 변했다.
‘설인아가 대체 언제 도움을 요청한 거지? 내가 분명 그 X의 핸드폰을 가져갔었는데!'
백지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았다. 담담했던 조금 전의 모습과 달리 지금 그의 두 눈에는 살기로 가득했다. 그의 주먹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경호원에 몸에 내리꽂혔다. 너무도 빠른 공격에 두 경호원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백지성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쾅!
이내 그는 설연우를 벽으로 던져버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주르륵 쓰러진 설연우는 목을 감싸며 쿨럭대고 있었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었다.
‘설인아! 이 천박한 X이! 왜! 왜 이렇게 운이 좋은 거냐고!'
하시훈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가자 나지운에게 깔린 설인아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지운도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미 고개를 돌려 하시훈을 보고 있었다. 설인아는 여전히 몸부림을 치고 있었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 피가 나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언제든지 바스러질 것 같았다.
분노가 치민 하시훈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관절에서 경쾌한 소리가 날 정도였다.
“죽고 싶어 환장했군!”
그는 얼른 다가가 나지운을 끌어내린 후 주먹으로 머리를 내리쳤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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