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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가 될 거야 นิยาย บท 203

하시훈의 눈빛이 순간 깊어졌다. 저번에 샤워 타올이 흘러내렸을 땐 설인아가 제때 하시훈의 두 눈을 가렸지만 이번에는 남김없이 다 보았다.

순간 당황한 설인아가 잠옷을 잡아당겨 가리려고 했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뜨거운 게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을지 알 것 같았다.

‘왜 자꾸 이러지?’

설인아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다 봤을 거 같은데.’

설인아가 핸드폰을 들어 올리는데 하시훈이 입꼬리를 올리고 당황한 설인아를 바라보자 설인아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민망한 설인아가 하시훈을 노려보며 말했다.

“웃어?”

하시훈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더니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핸드폰에 대고 가볍게 말했다.

“잠옷 괜찮네. 뒤에 몇 벌 더 사줄게.”

설인아는 온몸의 피가 머리로 솟구치는 것 같았다.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설인아가 고개를 돌리며 하시훈의 눈빛을 피하더니 얼른 이렇게 말했다.

“나 잘 거야. 끊어.”

하시훈이 대꾸하기도 전에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진 설인아가 먼저 전화를 끊자 하시훈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졌다.

‘나씨 가문... 이번 일은 기억해 두지.’

설인아가 테이블에 떨어진 잎사귀를 정리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찬물로 세수하고 나서야 얼굴의 열기가 조금 식는 것 같았다. 그러다 시선이 잠옷으로 향한 설인아가 씩씩거리며 말했다.

“이 옷 더는 입으면 안 되겠네.”

오늘처럼 민망한 일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했다. 아까 있었던 일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일단 정리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이튿날, 날씨는 맑았다.

정원이 딸린 집은 햇살이 잘 들어왔고 활짝 핀 꽃에서 사람의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설인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유희 씨도 귀여워요.”

원유희는 전혀 쑥스러워하는 기색 없이 꽃받침을 하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한번 보면 매력을 떨쳐낼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에요. 하하하...”

원유희는 이렇게 말하며 깔깔 웃더니 앞으로 다가가 설인아의 손에 들린 책을 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와, 사모님도 나오이 하루토 좋아해요? 이 시집은 저도 좋아하는데.”

설인아가 손에 든 시집을 보고는 눈빛이 부드러워지더니 가볍게 웃으며 책장으로 걸어갔다.

“여기 더 있는데 볼래요?”

원유희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잰걸음으로 설인아를 향해 다가왔다. 시집을 받은 원유희는 마치 보물이라도 얻은 사람처럼 좋아했다.

설인아는 요즘 애들치고 시집을 좋아하는 설인아가 퍽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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