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우는 행여나 한발이라도 늦었다가 설인아가 후회할까 봐 무서웠다. 설인아는 멍청한 두 사람을 상대하기 싫어 빈자리로 향했다. 설연우는 그런 설인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목구멍에 뭐가 박힌 것처럼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빌어먹을 년, 아직도 쇼하는 거 봐. 3일 뒤에 어떻게 하나 보자.’
설연우가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일들 봐요.”
팀원들이 고개를 숙이고 일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설연우가 설인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사무실로 들어갔다.
...
오후, 혜성 그룹.
커다란 사무실에 창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살살 불어치며 하얀 커튼을 펄럭이자 사무실에 은은한 향기가 퍼졌다.
까만 슈트를 입은 하시훈이 자리에 앉아 덤덤한 표정으로 서류를 정리했다. 백지성이 커다란 사무용 테이블 앞에 서서 손에 든 서류철을 하시훈 앞에 놓아주며 공손하게 말했다.
“대표님, 금주 시장 점유율 분석 데이터입니다.”
하시훈이 긴 손가락으로 서류를 집어 들더니 빠른 속도로 열람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시훈이 서류를 테이블에 다시 올려놓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래요. 전략팀에 A팀 보고서 좀 올리라고 해요.”
백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백지성이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 들어 올리더니 하시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지성은 설인아가 쥬얼리 디자인을 알 리가 없으니 지는 도박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하시훈의 그런 신뢰가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시훈이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더니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누구도 인아를 얕잡아볼 수는 없어.”
하시훈의 사색이 머나먼 과거로 향했다. 백지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하시훈의 신뢰가 애인을 향한 콩깍지일 뿐이라고 생각해 3일 뒤의 설인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
3일 후.
디자인을 올려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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