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형운은 한층 더 어두워진 안색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동시에 나문숙은 설연우를 일으키고 소파에 앉혔다.
설인아는 피식 웃었다.
‘내가 은혜를 모른다고? 저 사람의 눈에 난 영원히 철딱서니 없는 딸이겠지.’
설형우는 설인아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이제 돌아왔으니 집에 있어. 내일 나씨 가문의 사람들과 식사할 거야.”
그는 설인아의 의사도 묻지 않고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
나문숙과 설연우의 눈에 웃음기가 어렸다.
설형우가 나선다면 설인아가 싫어도 내일 식사 자리에 나갈 것이다.
설연우는 허리를 주무르면서 이를 악물었다.
‘몹쓸 년, 지금 잠시 봐줄게. 나중에 나지운과 결혼하면 이렇게 날뛸 수 있는지 보자고!’
설인아는 실망한 눈빛으로 설형우를 바라보았다.
‘왜 마음대로 내 인생을 결정할 수 있어? 상대가 나지운인데?’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면서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
설형우의 눈을 바라보면서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
“나지운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세요? 저 아버지 딸 맞아요?”
그녀는 계속 설형우의 눈을 바라보면서 그의 눈에서 일말의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찾으려고 애썼다.
아쉽지만 아무도 없었다...
결국은 그녀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설인아는 한순간에 얼음장에 빠진 것 같았다.
설형우의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불쾌한 시선으로 설인아를 바라보았다.
“소란 피우지 마. 나지운은 너와 결혼하면 잘해주겠다고 약속했어.”
탁자 위의 찻잔이 쨍그랑 소리까지 났다.
설형우는 냉혹한 말투로 호통쳤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내가 널 사랑하지 않으면 나씨 가문과 같은 명문가로 시집보내겠어?”
이 딸은 어릴 때부터 성가시게 굴었다.
아직 멋도 모르고 대들다니!
나씨 가문은 자기 회사와 협력하기로 약속까지 했다. 설인아가 시집가지 않는다면 약속도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설형우는 설인아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설득하려고 천천히 말했다.
“나씨 가문은 엄청난 부자야. 네가 나지운과 결혼하면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데 왜 싫은 거야?”
설인아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듯이 설형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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