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인아와 남하연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최고급 럭셔리 마이바흐의 창문이 내려가며 하시훈의 훤칠한 얼굴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설인아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그녀는 뒤를 돌아 남하연을 바라보았다. 남하연은 설인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어. 재밌게 놀고 난 먼저 갈게.”
말을 마치고는 용기를 내어 하시훈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 대표님, 잘 가요.”
그녀는 긴 머리를 날리며 관능적으로 허리를 틀고 돌아서서 떠났다.
설인아도 그녀의 행동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눈빛 속에는 은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남하연이 차에 탄 것을 확인한 후, 설인아는 하시훈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
설인아가 뒷좌석 문을 연 순간, 하시훈의 얼굴이 확 어두워졌다.
하지만 설인아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안전벨트를 맸다. 그녀는 하시훈이 출발하지 않는 것을 보고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설인아는 고개를 든 순간, 하시훈의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향해 있는 것을 보았다.
설인아는 순간 몸이 굳었다.
‘화난 건가?’
차가 출발했다.
하시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차 안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설인아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오늘 밤 그녀의 행동은 확실히 신분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는 앞에 앉은 하시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오늘 밤 춤춘 건 예상밖에 일이었어. 앞으로는 분수에 맞게 행동하고 하 부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일은 없도록 할게.”
차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안 잘 거야?”
하시훈은 서류를 들고 있는 손을 잠시 멈추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먼저 자.”
그러고는 다시 서류 작업에 몰두했다.
설인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조금 서운함을 느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휴대폰을 들고 침대에 앉았다. 아직도 하시훈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인아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휴대폰을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고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이틀 후, 지씨 가문의 별장안에는 하인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청소하고 있었다. 별장에는 전보다 훨씬 활기가 넘쳤다.
설인아가 차를 타고 도착했을 때,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서훈이 정원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지서훈의 차가운 얼굴은 설인아를 보자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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