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준은 욕실에서부터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밖에 나온 후 그는 젖은 머리를 닦으며 무심코 물었다.
“누구 전화 왔어?”
순간 주미나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스쳤지만 금세 사라졌다.
“사기 전화라 몇 마디 욕하고 끊었어.”
진시준은 고개를 끄덕인 후 소파에서 옷을 집어 들고 갈아입으러 가려고 했다.
이를 본 주미나가 바짝 긴장하더니 재빨리 그의 손을 잡았다.
“모레면 결혼식인데 오늘 나랑 함께 있어 주면 안 돼?”
진시준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처음부터 말했지, 모든 건 연기일 뿐이라고. 계약 결혼이 무슨 뜻인지 몰라? 이 손 놔!”
갑자기 돌변한 그의 태도에 주미나는 식겁하며 얼른 손을 거둬들였다.
“알았어, 미안해... 시준아.”
옷을 다 갈아입은 후 진시준은 휴대폰을 챙겨서 곧장 문밖을 나섰다.
차에 올라타고 기사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분부하며 시계를 들여다봤는데 어느덧 연나은과 약속한 시간을 놓쳐버렸다.
진시준은 그녀가 또 홀로 속상해하고 있을까 봐 잠시 고민한 후 끝내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전화가 꺼졌다는 안내음이 들려왔고 또다시 걸어봐도 연결이 안 됐다.
그는 미간을 확 찌푸리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결국 집사에게 전화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은 씨 한 시간 전에 외출하셨어요. 캐리어를 들고 나가셨는데 아마도 그림 그리러 간 것 같아요.”
그림? 어두컴컴한 오밤중에 날도 추운데 대체 어디 가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인가?
설마 그가 약속을 어겨서 또 화내며 가출이라도 한 걸까?
몇 년간 그녀가 해온 수많은 ‘악행’을 되새겨보니 가출도 딱히 못 할 건 없었다.
진시준은 왠지 모를 울화가 치밀어 개인 비서 송여진에게 연락해 당장 연나은의 휴대폰 위치 추적을 하라고 명령했다.
집사의 절규가 귀에 닿자 진시준은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고 그대로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송여진도 그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재빨리 차 문을 열고 안으로 모신 후 기사더러 얼른 집으로 가달라고 했다.
가는 길에서 진시준은 아무런 말 없이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옆에 있는 송여진은 숨조차 제대로 고르지 못했고 속으로 끙끙 앓을 뿐이었다.
그들은 진시준에게 연나은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있다.
연나은이 가출했다면 진시준은 온 세상을 발칵 뒤집더라도 찾아낼 것이고 만약 그녀가 잘못됐다면 진시준은 아마 주변 사람들까지 모조리 매장해버릴 것이다.
차가 별장에 들어설 때 진시준의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 그는 언짢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자마자 주미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준아, 나 발목 접질렸어. 이리로 와주면 안 돼?”
“발목을 접질려? 그냥 확 죽어버리지 그래?”
이제 막 차 문을 열어주던 송여진이 그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쳐서 저도 몰래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진시준이 휴대폰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미친 듯이 별장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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