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국에서 보낸 첫날 밤 연나은은 아주 잘 잤다.
눈 떠보니 어느덧 오전 열 시였다. 그녀가 기지개를 쭉 켤 때 문 앞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깼어요 언니? 엄마가 만두 빚고 내가 끓였어요. 얼른 내려와서 드세요!”
연나은은 알겠다며 대답한 후 재빨리 세안을 마치고 아래층에 내려갔다.
식탁 앞에 앉자마자 김지아가 그녀에게 만두를 집어주며 기대에 찬 표정으로 바라봤다.
연나은은 아이를 놀리고 싶어 일부러 미간을 찌푸리며 먹었고 꼬맹이도 따라서 표정이 찌그러졌다.
그녀는 조카가 너무 귀여워 품에 와락 안으며 감탄을 연발했다.
“지아가 끓인 거야? 너무 맛있어. 나중에 만두 먹고 싶을 땐 우리 지아만 믿으면 되겠네.”
아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오케이. 만두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만 해요! 내가 다 해줄게요. 그 대신 언니도 나한테 그림 가르쳐줄 수 있어요?”
너무 소소한 부탁인지라 연나은은 고민 없이 바로 허락했다.
결국 아침을 먹자마자 김지아가 그녀를 이끌고 나가서 기어코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마침 연나은도 심심했던지라 여기저기 돌아다닐 겸 함께 나섰다.
두 자매는 나란히 손을 잡고 문구점에 가서 필요한 공구를 전부 사놓았다.
곧이어 김지아가 그녀를 데리고 근처 공원에 가더니 호숫가에서 포즈를 취하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연나은도 흔쾌히 동의하며 이젤을 설치하고 도구를 열어 펜을 손에 잡았다.
30분 남짓 그린 후 아이가 지쳤던지 돌담에 털썩 주저앉았다.
연나은은 아이가 물에 빠질까 봐 얼른 외출할 때 챙겨온 장난감을 건넸다.
진시준은 아이에게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연나은을 반듯하게 눕힌 후 이제 막 인공호흡을 하려고 했는데 이때 갑자기 창백하게 질려있던 그녀가 물을 뱉어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도 물이 들어간 바람에 눈앞의 모든 게 어렴풋이 보였다.
연나은은 누가 자신을 구했는지는 모르지만 옆에서 김지아의 목소리가 들리니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았다.
삼킨 물을 뱉어낸 후 그녀는 바닥을 짚으며 일어나려 했고 이때 옆에 있던 남자가 품에 와락 껴안았다.
연나은은 갑자기 중력을 잃은 듯한 느낌에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목소리가 잔뜩 잠긴 채 놀라움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
“구해주셔서 고맙지만 저 이제 괜찮아요. 혼자 일어날 수 있으니 번거롭게 구실 필요 없어요.”
그녀가 예를 갖추면 갖출수록 진시준의 마음은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고 목소리에도 분노가 차올랐다.
“이게 번거로워? 넌 어릴 때부터 줄곧 날 번거롭게 굴어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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