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SNS에 표절 사건을 하나 폭로했는데 이 일에 연루된 주인공이 바로 오늘 미술 전시회를 여는 연나은과 주미나였다.
열혈 네티즌들이 어느새 비교하기 쉽게 비슷한 두 그림을 묶어서 올렸는데 그림 구성과 색채 조합까지 거의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곧이어 [신인 화가 연나은 표절 의혹]이라는 문구가 실검에 오르며 열띤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몇몇 친구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가시방석에 앉은 불개미처럼 초조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
“나은이가 표절이라니? 이게 말이 돼?! 이 그림 속 교복은 우리 고등학교 때 그 교복이잖아. 다들 눈멀었나 봐!”
“그러게 말이야. 이 여자애가 바로 연나은 장본인이잖아. 우리가 다 입증해줄 수 있다고!”
“분명 주미나가 표절한 건데 왜 저렇게 뻔뻔스러운 거야?”
그 시각 연나은은 이성을 다잡고 부랴부랴 집에 달려가 원고를 찾아낼 생각뿐이었다. 일단 원고가 있어야 본인 작품이란 걸 입증할 수 있으니까.
돌아가는 길에서 그녀는 머리가 터질 듯이 복잡했지만 애초에 이 그림을 그릴 때 광경을 애써 되새겨보았다.
그해 연나은은 18살이었고 진시준은 더 이상 그녀의 하굣길에 마중 오지 않았다.
연나은은 전교 1등이라는 성적표를 들고 집에 돌아와 곧바로 서재에 뛰쳐들어갔다. 얼른 삼촌에게 보여줘서 기쁘게 해드려야 하니까.
다만 방안에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진시준이 책상에 엎드린 채 잠들어버리자 그녀는 살금살금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붉은 노을빛이 그의 눈가에 드리워져 눈 부신 빛이 반짝였다. 진시준은 아무도 선뜻 다가설 수 없는 그런 아우라를 풍겼다.
다만 연나은은 한사코 그에게 다가갔다. 이 남자에게 다가설 수 있는 첫 사람이 되고 싶었으니까.
그녀는 성적표를 진시준의 얼굴에 내려놓고 살며시 입을 맞췄다.
인기척에 놀란 진시준이 잠에서 깨고 또 한 번 그녀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럼에도 연나은은 그의 질책을 전혀 마음에 새겨두지 않은 채 얼른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다. 결국 그 그림을 수년간 소중하게 간직해온 것이다.
이제 와서 돈이 시급하고 진시준을 향한 마음도 접었으니 다시 이 그림을 전시회의 작품으로 내놓았는데 본인에게 이런 오점으로 들이닥칠 줄이야.
집에 도착한 연나은은 생각나는 대로 방구석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원고는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그녀는 그제야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 어디 빠트린 곳은 없는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이 둘은 일찌감치 열애설이 터졌고 이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까지 생겨났는데 이런 영상이 올라오자 아래에 댓글이 미친 듯이 달렸다.
[너무 설레잖아! 나대지 마 심장아!!]
[창문을 왜 올려? 나 같은 팬한테는 더 많이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님?]
[진시준 연나은 삼촌이라고 하던데, 연나은이랑 주미나가 동시에 표절 사건에 휘말리자 바로 주미나 편들어주는 것 좀 봐. 이렇게 되면 연나은 표절로 더 굳혀지는 거 아닌가?]
연나은은 굳어버린 얼굴로 묵묵히 SNS에서 나왔지만 휴대폰 상단에 댓글 알림이 거의 빗발치듯 쏟아졌다. 클릭해보니 온통 그녀를 향한 악플이었다.
어려서부터 못된 것만 배웠다느니, 기본이 안 됐다느니, 수준이 너무 저질스럽다느니 못하는 말이 없었고 심지어 누군가는 그녀의 가족들까지 저격했다.
교양 없는 년이라고 부모도 없는 년이라고 미친 듯이 악플을 퍼부었다.
이 댓글을 본 순간 연나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고 덩달아 온몸을 벌벌 떨었다.
눈물 한 방울이 휴대폰 액정에 툭 떨어져 글자가 흐릿해졌지만 그녀 마음속에 박힌 가시는 좀처럼 빼낼 수가 없었다.
연나은은 피가 철철 흐를 것 같은 마음을 뒤로한 채 진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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