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그러고 보니...”
윤초원은 갑자기 떠올랐다.
‘아까 여기 오느라 정신없어서 잊었는데... 로봇 여성체는 아직도 옛 성주 정원에 남아있는 거야?’
윤초원은 혹시 수인들이 그 로봇 여성체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을지 걱정이 들었다.
“윤초원 씨, 로봇 여성체가 경비대 따라가기를 거부하고 있어요. 당신을 봐야만 따라가겠다고 합니다.”
마침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 제복을 입은 수인들이 로봇 여성체를 데리고 이쪽으로 걸어왔다.
수인들의 제복에는 둥근 구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안에는 윤초원이 알아볼 수 없는 기호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었다.
윤초원은 로봇 여성체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당신... 혹시 인간의 의식이 남아 있나요?"
주변에 있던 수인들은 이 질문을 듣고 다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봇에게 인간 의식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이 세계에서는 상식이었다.
모두 집마다 로봇 하나쯤은 있고 로봇의 인공지능이 어디까지나 정해진 프로그램 범위 안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었다.
곤충족이 침공한 이후 수많은 첨단 기술이 동시에 유입되었다.
덕분에 요리, 청소, 빨래 같은 집안일은 전부 로봇이 대신하게 되었고 수인들은 삶이 훨씬 편리해졌다.
그러니 수인들은 로봇이 자율 의식 같은 건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때 로봇 여성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완전한 로봇이 아닙니다.”
그녀의 얼굴에 옅은 고통이 스쳤다.
“저는 유인서라고 해요. 원래는 브라운 베어 연맹 소속의 순수 인간 여성체였어요. 반년 전, 곤충족이 도시에 침입했을 때 저는 곤충족 수인들에게 붙잡혔어요. 그때 저는... 그냥 운이 나쁜 줄만 알았죠. 순수 인간 여성체는 기력 레벨이 없기 때문에 보통 수인들의 파트너로 선택되지도 않거든요. 다른 여성체들은 남성체들의 보호를 받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잡혀간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유인서? 네가 유인서야?”
수인 무리 사이에서 누군가 놀라 외쳤다.
브라운베어 연맹 출신의 수인이었다.
윤초원은 눈빛이 반짝였고 이건 엄청난 정보였다.
유인서가 의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다른 로봇 여성체들과 의식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까지 있다면 남은 세 로봇 여성체의 위치도 알아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우린 서로 의식이 연결되어 있어요.”
유인서가 조용히 덧붙였고 그 한마디에 윤초원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를 개조한 인간은 처음엔 특수한 방법으로 우리 원래 의식을 지워버렸고 어떤 특수 재료를 이용해 서로의 의식을 연결했어요. 게다가... 우리 몸 안에는 자폭 프로그램까지 심어놨어요.”
유인서는 담담하게 말했다.
“만약 우리 중 한 명이라도 포로로 잡히면 스스로 자폭해서 주변에 곤충독을 퍼뜨릴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한 명이 자폭하면 나머지 모두가 동시에 자폭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심지어 누군가가 미처 자폭을 실행하기도 전에 죽게 되면... 그 죽음도 다른 이들이 알 수 있어요.”
유인서는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전부 털어놓았다.
그녀는 몸 안에 심어진 무언가가 윤초원에게 본능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런 원인 때문이었는지 유인서는 윤초원에게 모든 걸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유인서는 어쩌면 윤초원이 자신을 구해줄지도 모른다고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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