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임무를 줄게. 윤초원을 죽여. 죽을지 살지는 네 선택에 달렸어.”
그러자 갑작스레 전류가 뚝 끊겼다.
육동혁은 온몸을 움켜쥔 채 바닥에 웅크려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서야 겨우 살아 있는 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육동혁은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윤초원이 보낸 스타넷 통화 요청을 받았다.
화면 너머로 윤초원은 육동혁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잠시 멈칫했다.
“혹시 시스템이... 널 괴롭혔어?”
육동혁은 대답 대신 조용히 조종석으로 향했고 은빛 우주선의 무기를 윤초원이 탄 소형 우주선으로 겨누었다.
“정말 죽기 싫어. 날... 구해줄 수 있어?”
조작 패널에 떠 있는 윤초원의 선명한 얼굴을 보는 순간 육동혁은 심장이 쥐어짜이는 듯 아팠다.
그리고 머릿속까지 울리는 고통이 몰려왔다.
“젠장. 하필 이 타이밍에 깨어나다니!”
육동혁 안의 시스템이 거칠게 욕설을 퍼부었다.
“형... 내가 한 게 아니야...”
어딘가 힘없이 떨리면서도 또렷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화면을 보고 있던 윤초원과 진우빈 모두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윤초원...”
육동혁은 아픈 머리를 흔들며 손가락을 뻗었다.
그 길고 마른 손끝은 자기 가슴을 정확히 가리켰다.
“여기야. 여기에 있어. 내 몸을 돌려줘... 제발... 다시는 잠들고 싶지 않아... 윤초원, 내가 바로 우주선 문을 열 거야!”
육동혁은 눈앞이 흐릿하게 일렁이는 걸 참아내며 문을 여는 버튼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조작 패널을 더듬었다.
“어서. 지금이야. 초원아, 빨리!”
육동혁은 한층 더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쳤고 윤초원은 그의 목소리 안에 섞인 두 개의 인격을 듣고 직감했다.
‘육성주의 진짜 동생은 아직 살아 있어. 그렇다면 저 시스템은 정말 최악이네.’
윤초원은 이를 악물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다른 존재를 억지로 끼워 넣다니.’
그때 뒤따라온 우주선들이 일제히 포위망을 좁혔다.
육성주, 서민우, 그리고 경비대였다.
진우빈은 화면에 떠 있는 수많은 붉은 점을 다시 확인하고 과감히 조종석을 움직였다.
그러자 작은 몸집의 우주선이 은빛 우주선에 딱 붙어 도킹 되었고 곧바로 육성주와 서민우도 따라붙었다.
은색 우주선엔 단 하나뿐인 도킹 포트였고 모두가 한곳에 모였다.
각자 손에는 무기를 단단히 쥔 채 긴장한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육동혁, 잘도 해냈구나.”
그 순간, 육동혁 안의 시스템이 분노로 씩씩대며 중얼거렸다.
육동혁이 힘겹게 도킹 버튼을 누르던 그 찰나였다.
“좋아. 그렇게 죽고 싶다 이거지? 그럼 기꺼이 죽여줄게.”
시스템은 끝내 이성을 놓아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치익.”
소형 우주선의 문이 열렸다.
“바니, 정말 너였어.”
소정의 차분하지만 분노가 담긴 목소리가 윤초원의 머릿속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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