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도영 그룹은 이전보다 훨씬 거대해졌고 그 옆 초고층 빌딩마저 그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도강우 역시 그 시간만큼이나 더 냉정해졌다.
그는 지난 5년을 감정 없는 기계처럼 살아왔다.
일이 끝나면 늘 예전 심하윤과 함께 지내던 별장으로 돌아가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그 외엔 어디도 가지 않았다.
새로 들어온 비서 기정훈이 조심스럽게 초대장을 건넸다.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도 않는 도강우를 힐끔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별누리 재단이 창립된 지 이제 겨우 3년인데 꽤 큰 성과를 냈더라고요. 그런데 초대장도 안 왔는데 왜 직접 가시려는 건가요?”
도강우는 초대장을 받아 책상에 올려두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창립자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더군. 확인할 게 있어.”
‘뭘 말씀하시는 거지?’
기정훈의 머릿속엔 자동으로 의문이 떠올랐다.
‘설마 아직도... 그 실험실 투자 생각 있는 건가?’
예전 도강우는 위암 특효약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투자를 제안했다.
하지만 그 제안은 상대에게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런데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걸까?’
도강우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기정훈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임다인 씨’라는 이름이 뜨자 그는 당황한 얼굴로 도강우를 바라봤다.
“대표님, 임다인 씨 전화입니다.”
“줘.”
전화를 건네받은 도강우는 무심하게 수신 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부드럽고 매혹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우야, 오빠가 별누리 재단 초대장 받았대. 나랑 같이 갈래?”
“괜찮아. 나도 있어.”
짧고 단호한 거절.
임다인은 그의 차가운 거절에 익숙한 듯 한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랬구나... 그럼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요즘 오빠가 나를 점점 밀어내는 것 같아서... 솔직히 좀 무서워. 강우야, 난 정말 너밖에 없어.”
그녀의 애절한 목소리에 도강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요한 침묵 끝에 마침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순간의 교차.
하지만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시선을 거뒀다.
임다인이 그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
“강우야, 나...”
그 순간, 도강우가 갑자기 한 발 뒤로 물러서더니 테이블 위의 샴페인 한 잔을 집어 그녀 손에 쥐어줬다.
“마셔 봐.”
임다인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은 서서히 어두워졌다.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 여자 잊지 못한 거야?”
뭔가 더 말하려던 찰나, 사람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저 사람 봤어? 저 분이 창립자야? 진짜 예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도강우 일행도 무심코 그 방향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순간, 두 남자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심하윤.
“비켜.”
도강우는 마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앞을 가로막던 사람들을 밀치며 그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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