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하윤아, 우리 이제 어떡하지?”
성가연이 심하윤의 셔츠 자락을 조심스레 붙잡았다.
“절대 계약 어기면 안 돼...”
아직 투자자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와의 협업은 이미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약속한 날짜에 항암제를 출시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위약금과 손해는 상상 그 이상일 터였다.
성가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건 자신이 김 대표를 심하윤에게 소개했기 때문이었다.
그 틈을 타 김 대표는 점점 더 뻔뻔하게 굴었다.
“결정하셨습니까?”
심하윤이 술잔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던 그때.
“쾅!”
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가 성큼성큼 들어왔다.
잘 재단된 슈트를 입은 도강우.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눈빛과 함께 단번에 방 안의 공기를 장악했다.
김 대표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더니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도, 도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신지...”
도강우는 대꾸하지 않고 심하윤에게 시선을 잠시 건넸다.
그 눈빛엔 말 못할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그는 김 대표 쪽으로 다가가 술잔을 건네받았다.
별다른 말 없이 그저 시선을 스치듯 던졌을 뿐인데 술잔을 들고 있던 남자는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도강우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그는 손에 든 술잔을 천천히 돌리며 입을 열었다.
“내 아내에게 술을 권하는 자리에 왜 난 부르지 않았죠?”
“아, 아내요?”
김 대표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두 분, 이혼하신 거 아닌가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도강우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를 마주한 김 대표는 식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쳤다.
‘뭐야. 조사까지 한 거야...?’
심하윤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제야 확신이 들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성가연의 손을 붙잡고 빠르게 자리를 떴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방 안에 남은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세 사람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탔다.
하지만 심하윤은 도강우를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도강우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성가연은 무심코 도강우를 바라보다 그의 짙은 눈빛과 마주치고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그 시선을 느낀 심하윤이 고개를 들어 도강우를 노려봤다.
“안에 더 남아 있으면서 얘기 좀 하지 그랬어?”
도강우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널 찾으러 왔어.”
그 말에 심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왜 이렇게 대놓고 말해. 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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