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에서.
“에취!”
심하윤은 괴로운 듯 코를 감싸 쥐고 재채기를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감정이 북받쳐 볼이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지금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까지 촉촉이 젖어 있었다.
그녀가 계속 재채기를 하자 도강우는 걸음을 멈췄다.
‘으... 아파!’
심하윤은 입을 막은 채 눈물을 머금고 도강우를 올려다봤다.
“나도 내가 죽지 못한 게 아쉽긴 한데, 그럼 차라리 한 방에 끝내지! 이렇게 괴롭히는 건 너무하잖아!”
그녀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었다. 그런데 도강우는 굳이 이런 데까지 데려온 거다. 지금까지 겪은 고통으론 부족했단 말인가?
심하윤의 눈가가 점점 더 붉어지고 심지어 몸까지 발그레해지는 걸 본 도강우는 드물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내가 언제 너 죽으랬냐? 너 왜 이래?”
그가 뻔뻔하게 묻는 모습에 심하윤은 못마땅하게 노려봤다.
“왜긴 왜야. 죽을 것 같아서 그러지.”
그리고 또 한 번 재채기를 했다.
‘분명 차 안에서는 멀쩡했는데... 정말 왜 이러는 거야...’
도강우는 알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 그는 말도 없이 심하윤의 팔을 확 낚아채더니 억지로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계단을 올라가 그녀를 예전에 그녀가 쓰던 방에 내던지다시피 밀어 넣었다.
“좀 쉬어.”
그리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심하윤은 방 안을 둘러보았는데 자신이 떠나기 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마치 아침에 잠깐 나갔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심지어 방 안은 먼지 하나 없이 깔끔했다. 누군가 주기적으로 청소를 한 모양이다.
‘도강우가 이 방을 아직도 그대로 두고 있었어? 근데... 왜?’
심하윤은 쓴웃음을 지었다.
도강우가 이제 와서 자신에 대한 감정을 자각했다거나 그런 감상적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가 이 방을 남겨둔 이유는 어쩌면 자신을 기억하려는 게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수치심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술 마실 때마다 ‘이런 일은 다시 없어야 한다’며 자기를 경계하려는 용도랄까? 하지만 약을 탄 건 자신이 아닌데 왜 도강우는 끝까지 그걸 믿지 않는 걸까.
심하윤은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닫고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서재에서.
도강우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책상에 팔을 올린 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컴퓨터엔 영상통화가 켜져 있었고 화면 속에 우혁이 있었다.
우혁은 손톱을 다 정리하고는 지루한 듯 도강우를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임다인의 이름이 나오자 우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임다인 은근히 꿍꿍이 많은 거 같지 않아? 솔직히 난 아직도 걔가 널 정말 구하려 했는지도 의심스러워.”
그때의 도강우는 집안에서 찬밥 신세였으니까.
“닥쳐.”
도강우는 불쾌한 듯 짧게 내뱉었다.
“그래그래, 네 여자 언급 안 할게.”
우혁은 손사래를 쳤다.
“아, 그 김씨 그 사람 말인데. 내가 떠봤거든? 뭔가 든든한 빽이 있는지, 널 전혀 안 무서워하더라?”
“빽?”
도강우는 또 한 번 쿳방귀를 뀌었다.
자기보다 더 든든한 빽이 어딨다고?
우혁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계속 그렇게 건방지게 굴어. 난 네가 쪽팔리는 꼴 보면 그렇게 재미있더라. 근데 조심해. 내 촉으론 조만간 너 꽤 큰코다칠걸?”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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