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도운은 얼굴이 벌게져 콧수염까지 들썩이며 심하윤을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소리 지를 것처럼 부들부들 떨었지만 정작 뭐라고 더 심하게 말은 못 했다.
‘진짜 이년 때문에 혈압 올라 죽을 지경이야!’
한참이나 이를 갈던 끝에 그는 겨우 쥐어짜듯 냉소를 내뱉었다.
“예의도 없고 기본 도덕도 없는 게... 살아 있으면서 심씨 일가에 민폐만 끼치지 말고 당장 계약서에 사인이나 해. 더 이상 문제 만들지 말고.”
“계약서요?”
심하윤은 살짝 멍해졌다.
그녀가 떠나기 전에 그런 말도 안 되는 협박 계약서 같은 걸 쓴 기억은 없었다.
심도운의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설마 항암제 독점 계약권을 다른 놈한테 넘기기라도 할 셈이냐?”
심하윤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거요. 결국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군요. 다른 사람들은 적어도 예의를 갖춰서 말하는 척이라도 하던데, 심도운 씨는 아주 당당하게 협박부터 하시네요? 내가 뭐, 빚이라도 졌어요?”
그러곤 대놓고 눈을 굴렸다.
“너!”
심도운은 호흡이 막히는 듯 가슴을 부여잡고 휘청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심하윤은 조용히 고개 숙이며 움츠러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눈을 똑바로 뜨고 말대꾸까지 한다.
도강우는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어쩐지 예전처럼 순진하고 말 잘 듣는 예쁜 ‘인형’ 같은 심하윤보다 지금 이 당당한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심지후도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심하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 계신 분들, 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요. 저 여기 엄마 제사 지내러 온 거지, 눈에 거슬리는 인간들 얼굴 보러 온 거 아니에요. 이해되셨죠?”
‘눈에 거슬리는 인간들’이라니, 심유준이 또다시 분노 게이지가 치솟았다.
하지만 그가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심지후가 냉혹한 눈빛으로 흘겨보자 심유준은 소리도 못 내고 움츠러들었다.
심하윤은 그런 모습엔 더는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묘비 앞에 무릎 꿇고 진심을 담아 어머니께 인사를 드렸다. 그러고는 그들을 전부 무시한 채 먼저 떠났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도운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강우야, 넌 도대체 왜 저런 애를 데려왔냐?”
도강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심하윤은 그 말에 쓴웃음을 지었고 곧이어 눈빛에 짙은 조소가 깃들었다.
“웃기고 있네. 지금 와서 날 걱정해?”
그 순간 심하윤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차창 밖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심지후였다. 그는 창문을 두드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강우는 심하윤을 한 번 보고는 창문을 내렸다.
“무슨 일이야?”
심지후는 도강우를 무시하고 차 안에 앉아 있는 심하윤을 응시했다.
“얘기 좀 해.”
거절의 여지가 없는 단호한 말투에 심하윤은 피식 웃었다.
“내가 안 따라가면 어쩌려고? 정신병으로 병원에라도 가두려고?”
그 말에 심지후는 얼굴이 굳었고 입술을 꾹 다문 채 눈빛에 불쾌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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