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하윤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도강우는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빛은 마치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려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는 허리를 숙여 심하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녀의 맑은 눈을 바라보았다.
‘얘가...’
심하윤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 걸음도 채 가지 못해 도강우는 다시 그녀를 끌어당겼다.
“네가 알렉스라고?”
도강우가 관심을 보이자 당황한 건 임다인이었다. 그녀는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반박했다.
“말도 안 돼! 알렉스는 10년 전에 이미 유명해졌어. 그때 언니는 겨우...”
당황해서 점점 말이 꼬이자 임다인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심하윤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때 내가 겨우 열몇 살이었지? 그래서 뭐? 나이랑 실력은 별개야. 그런 식이면 넌 곧 서른인데, 보석이나 골동품 감정은 할 줄 알아?”
임다인은 심하윤의 조롱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곧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도강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오직 심하윤만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알렉스라는 증거 있어?”
“초청장이 있어.”
도강우는 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초청장? 그딴 거야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하지.”
‘뭐야, 안 믿는 거야?’
심하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도강우의 잘생긴 얼굴을 다시 쳐다봤다. 그리고 그의 눈빛 속에 담긴 장난기 섞인 웃음을 보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녀는 억울하고 화가 나서 얼굴을 붉히며 그를 노려봤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도강우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가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의 손은 심하윤의 허리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손가락이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지럼을 느낀 심하윤은 몸을 움찔했고 그 순간 도강우의 눈빛이 달라졌다.
“움직이지 마.”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며 왠지 위험하기까지 했다. 도강우의 눈빛은 마치 깊은 심연 같아서 심하윤을 통째로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그가 끝까지 시치미를 떼자 도강우는 다시 심하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초청장, 얘가 준 거야?”
“왜, 안 돼?”
그 말은 곧 둘이 아는 사이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임다인은 눈이 반짝였다.
“에이, 진짜 이상하잖아. 세원 씨가 언니랑 아는 사이였으면 우리한테 왜 말 안 했겠어?”
“네가 뭔데? 내가 너한테 말할 이유라도 있어?”
도강우는 더욱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세원을 쏘아봤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박감이 점점 짙어졌다. 주세원은 그 기류를 눈치채고 급히 해명했다.
“아, 그게... 예전에 아버지 따라서 경매하러 갔다가 우연히 하윤 씨랑 알게 됐거든. 근데 너 그때 하윤 씨를 너무 싫어하는 것 같길래 내가 일부러 말 안 했지. 오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참에 그냥...”
“주세원 씨, 이 사람들을 여기서 내보내 주세요.”
심하윤이 그의 말을 잘랐다. 그녀는 더 이상 도강우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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