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혁이 내뱉은 말에는 심하윤을 향한 무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주세원은 고개를 저으며 안쓰러운 눈빛을 했다.
“네가 한 말을 하윤 씨가 들었다면, 네가 원하던 핑크 투어말린은 포기하는 게 좋을 거야.”
심각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우혁은 눈을 뒤집었다. 주세원은 마치 심하윤이 아주 대단한 사람처럼 말하지 않는가.
“5년 동안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거야?”
도강우가 그에게 또 물었다. 그의 어투에서는 살기가 느껴지기도 했다. 주세원은 바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지. 나와 너는 친구잖아. 하윤 씨가 살아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당연히 친구인 너한테 먼저 알렸겠지.”
원하던 대답을 들은 도강우는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지갑에서 검은색 카드를 꺼내 주세원에게 건넸다.
“네 그 옥패를 나한테 팔아.”
그 말을 들은 주세원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야, 그건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패물이야. 너한테 팔아버리면 나더러 할아버지한테 어떻게 말씀드리라는 거야?”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말을 마친 후 그는 술잔을 들어 주세원과 잔을 부딪쳤다. 주씨 일가 대대로 내려오는 패물을 사겠다고 마음먹은 도강우를 보니 주세원은 침묵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의미 불분명한 미소를 지었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갑자기 도강우를 위아래 훑어보았다.
두 사람의 분위기를 읽어내기 힘들었던 우혁은 다른 사람 옆으로 다가가 앉아 요즘에 떠도는 소문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심하윤이 악플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고개를 돌려 도강우를 보았다.
“안 도와주려고?”
도강우는 눈썹을 꿈틀대며 위험한 눈빛을 했다.
그들이 웃고 떠들고 있던 때 연구실 쪽은 소란스럽기 그지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자를 찾지 못한 심하윤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고 갑자기 나타난 김 대표라는 사람이 품질이 좋지 못한 약재를 그들에게 팔면서 심하윤을 향한 그들의 불만이 더 커졌다.
겨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나니 어느덧 밤이 되었다. 심하윤은 피곤한 듯 차에 앉자마자 등받이에 기대어 멍 때렸다. 마치 모든 게 누군가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한꺼번에 몰려왔다. 그리고 이 계획은 도강우의 계획임이 분명했다. 그를 제외하고 그녀를 괴롭힐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녀가 연구하고 있는 것까지 망쳐버릴 정도로 그녀를 증오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순간 그녀의 손에 향낭이 쥐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향낭을 보다가 미안한 얼굴로 성시완을 보았다.
“미안해. 내가 일을 그르친 것 같네. 만약 내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이미 투자자를 찾았겠지. 김 대표도 우리한테 그런 약재를 팔지도 않았을 거야.”
말을 하면서 그녀는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그녀를 보니 성시완은 마음이 너무도 아팠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콧등을 조심스럽게 톡 치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만든 항암제는 누가 나서서 세상에 알리든 전부 피바람을 일으켰을 거야. 그리고 계속 숨어지낼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의 말에 심하윤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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