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다인은 도강우의 차가운 표정을 마주하고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애교스럽게 눈을 깜빡였다.
도강우는 이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
잠시 멍해진 임다인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그녀는 다시 도강우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부드럽게 불렀다.
“강우야.”
부담스러운 임다인의 눈빛을 마주한 도강우는 처음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춤춰야 한다면서? 방해 안 할게.”
말을 마친 도강우는 그대로 자리를 벗어났다.
임다인은 두 주먹을 꼭 쥐며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
‘심하윤! 분명 그년이 도강우를 꼬셔낸 거야!’
그때 심유준이 다가와 잔뜩 화가 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궁금한 듯 물었다.
“왜 그래? 아까는 강우랑 대화 잘하던데?”
그의 질문에 임다인은 무의식적으로 날을 세운 말투로 쏘아붙였다.
“사적인 영역은 존중해주면 안 돼?”
그녀의 말투에 심유준도 억울해졌다.
“화가 나면 도강우한테 쏘아붙여. 왜 나한테 그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말을 마친 심유준도 그녀를 두고 자리를 떴다.
‘사람 많은 데서 소리나 지르고... 난 자존심도 없는 줄 아나?’
하지만 이 순간 임다인에게 심유준은 안중에도 없었다.
‘심하윤과 도강우를 반드시 갈라놓아야 해.’
무도회가 시작될 때까지 도강우는 임다인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주변의 시선이 너무나 따가웠다.
결국 임다인은 결심한 듯 도강우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녀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던 도강우 앞에 선 뒤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강우야, 첫 춤이야. 나랑 춰줄래?”
도강우는 본능적으로 거절하려 했다.
당시 그녀는 도강우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 바로 물었다.
“오빠랑 추는 것도 안 돼?”
“안 돼!”
도강우는 마치 당장이라도 심유준이랑 싸울 기세로 이를 악물고 답했다.
하지만 얼마 후 심씨 일가 사모님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고 이어진 사건들 속에서 모두가 완전히 달라졌다.
“하윤아, 도강우 춤은 그럭저럭 추네. 근데 저런 여우랑 추는 거 보니까 토 나올 것 같아.”
그 말에 심하윤은 빠르게 시선을 거뒀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성가연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성가연도 정신을 차리고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나를 뚫어지게 봐?”
그녀는 다시 눈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 파티에 걔한테 환장한 남자들 많거든. 잘못하면 몰매 맞아.”
그 말에 성가연은 멍해졌다가 곧바로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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