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할머니가 너를 보고 싶어 하셔. 할머니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정라엘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사랑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거야? 그런 거 못 해.”
강기준은 냉소를 지었다.
“할머니 앞에서 사랑하는 척하는 건 네가 예전에 제일 잘하던 거 아니었나?”
그 말에 정라엘은 마음 깊은 곳이 아려왔다.
황현숙의 건강이 좋지 않던 시절, 저택에 갔을 때 강기준은 항상 그녀에게 차갑기만 했고 사랑하는 척 연기를 한 건 정라엘 혼자였다.
정라엘만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는데 이제 강기준은 그것조차 비웃음거리로 삼았다.
30분 후, 두 사람은 강씨 가문의 저택에 도착했다.
정라엘은 잔디밭을 지나가다 마침 저택에서 나온 강채연과 마주쳤다.
강채연은 강씨 가문 둘째 내외의 딸로 정아름과 각별히 친한 사이였다.
그녀는 정라엘을 보자마자 경멸이 담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라엘, 기준 오빠는 너 안 좋아해. 근데 또 우리 할머니한테 잘 보이려고 온 거야? 우리 강씨 가문에서 널 좋아하는 사람은 할머니밖에 없다는 거 몰라? 하찮아서 정말! 시골에서 온 촌뜨기 주제에 아름 언니가 자리 비운 틈에 대신 시집왔다고 진짜 우리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된 줄 아나 본데... 넌 기준 오빠한테 어울리지 않아. 그러니까 빨리 이혼해!”
이런 모욕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강기준의 가족들은 그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모두 그녀를 싫어했다.
정라엘은 강채연의 말을 무시하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은발의 황현숙이 그녀를 맞이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할머니 보러도 안 오고... 나 안 보고 싶었니?”
이곳에서 정라엘이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온기였다. 황현숙은 정말로 그녀를 좋아했다.
정라엘은 살짝 웃으며 황현숙을 가볍게 안고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할머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요.”
황현숙은 기쁨에 차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때 강기준이 당당한 걸음으로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정라엘은 황현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머니, 며칠 동안 보양식 안 드셨죠? 제가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
곧바로 정라엘은 부엌으로 향했다.
곧 부엌에서 보양식의 향기가 퍼져 나왔다.
약간의 쓴맛과 함께 독특한 향긋함이 느껴지는 냄새였다.
이 냄새는 익숙했다. 지난 3년 동안 정라엘이 강기준에게 수없이 먹였던 보양식의 향기였다.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3년 동안 그의 의식은 항상 또렷했다.
그는 늘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손으로 강기준의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졌었다.
그리고 강기준은 그 여자가 정아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그곳에 있던 사람은 정라엘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정라엘이라고 소개했다.
그날 밤, 황현숙은 강기준과 정라엘이 저택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둘 다 거절할 수 없었다.
강기준은 방으로 들어갔고 정라엘은 등을 돌린 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그녀의 핸드폰에서는 절친 서다은이 보낸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 라엘이, 이제 곧 이혼하는데 왜 아직도 남의 집에서 살림해? 빨리 나와. 내가 소개팅 자리 하나 잡아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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