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엘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강기준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아마 정아름의 전화 한 통에 가버린 듯싶었다. 그녀는 저 자신을 비웃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이정아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이정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엘아, 아름이가 오늘 집에 친구들 몇 명 데려온다고 하던데 너도 와서 함께 놀아.”
그녀가 이런 선심을 쓸 리가 있을까?
다만 정라엘은 곧바로 대답했다.
“네, 지금 바로 갈게요.”
소식을 접한 서다은이 재빨리 달려왔다.
“라엘아, 난 왜 너희 엄마 말을 못 믿겠지? 그 짐승만도 못한 안재민이 출소한 마당에 너 진짜 집으로 돌아갈 거야?”
한편 정라엘은 아주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답했다.
“뭐 하나 확인할 게 있거든.”
서다은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녀와 함께 정씨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 시각 정씨 저택은 아주 떠들썩한 분위기였다. 정아름이 초대한 친구들이 다 왔는데 고승호와 몇몇 재벌 2세들이었다.
고승호는 정라엘을 보더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라엘 씨도 왔네요?”
이에 정아름이 웃으며 말했다.
“승호 씨, 라엘 언니 내가 불렀어요.”
“형수님, 왜 그랬어요? 우린 이런 사람이랑 같이 놀기 싫단 말이에요.”
고승호는 대놓고 정라엘에게 핀잔을 줬다.
다만 정라엘은 전혀 화내지 않고 이 남자를 빤히 쳐다보며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딴 하자랑 놀기 싫거든.”
“...”
고승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내가 하자라니? 아니거든! 난 명색이 고수야!’
그는 문득 저번 게임에서 처절하게 패배하고 굴욕을 당한 일이 떠올랐다.
“이봐요, 그쪽 나랑 게임 한 판 더 할래요?”
이에 고승호가 차갑게 대답했다.
“아마도 그럴걸. 정라엘 원래 출신이 별로여서 기준 형한테 안 어울려.”
그 시각 정라엘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묵묵히 지켜봤다. 그녀는 그제야 알아챘다. 이정아와 정아름이 어떤 계략을 피우고 있었는지 말이다. 두 여자는 오늘 안재민을 집까지 데려왔다.
안재민이 대뜸 정라엘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포옹하려 했다.
“라엘아, 나야.”
이때 서다은이 재빨리 그녀 앞을 가로막으며 버럭 화냈다.
“퉤! 짐승만도 못한 게! 꺼져! 어딜 그 더러운 손으로 우리 라엘이 만지려고 들어?”
안재민은 화들짝 놀라더니 점잖은 척하며 말했다.
“라엘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네 양아빠잖아. 너 시골에 있을 때 정성껏 키워줬더니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하면 안 되지? 이제 부잣집에 시집가서 팔자 핀 거 알아. 그래서 설마 내가 창피한 거야?”
정아름도 뒤질세라 한 마디 덧붙였다.
“언니, 그럼 못 써. 그래도 키워주신 양아빠인데 집까지 모시고 가서 평생 효도해드려야지.”
정라엘은 안재민의 몰골을 빤히 쳐다봤다. 점잖은 척하는 가면 아래로 그가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
꼭 마치 그녀에게 평생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생각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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