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거실은 쓸쓸한 기운을 풍기는 것이 마치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뒤따라 들어온 박승윤은 무의식적으로 우예린을 부르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
그러나 그의 부름에 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박승윤은 점점 불안해졌고 곧 울상을 지으며 박시언의 손을 잡아당겼다.
“아빠, 엄마 어디 간 거야?”
박시언도 초조한 마음에 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우예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차가운 기계음뿐이었다.
[죄송합니다. 고객이 요청하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거나 사용할 수 없는 번호입니다.]
순간 박승윤은 눈물을 터뜨렸다.
“나 엄마 보고 싶어!”
우예린이 사라졌다는 소식은 곧 전 도시에 퍼졌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건 박시언의 불륜 사건이었다.
그와 강지민의 사진은 하루 종일 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생되었고 급해 난 박시언은 큰돈을 들여 이 일을 해결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그 사진들을 촬영해 인터넷에 자자하게 퍼졌다.
그 결과 지성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했고 주주들은 박시언을 믿지 못하고 이미 은퇴한 박시언의 아버지에게 새로운 대표를 선임할 것을 요청했다.
한편, 박승윤은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너랑 네 아빠는 너무 나빠! 친엄마 버리고 불륜녀랑 같이 산다며?”
아이들은 비록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지만 부모들이 집에서 했던 말을 흉내 내며 박승윤을 놀려주었다.
박승윤 역시 그 말들이 안 좋은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었고 심지어 변해버린 선생님들의 태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점점 유치원에 가는 것이 두려워져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울기만 했지만 박시언은 그를 신경 쓸 틈도 없었다.
강지민은 엉망진창인 집안에서 자랐는데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진작에 도망쳐버렸다.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이 잘 사는 모습을 지켜본 그녀는 나중에 꼭 부잣집에 시집갈 것이라 다짐했었고 박시언은 그녀의 리스트 중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었다.
아내가 임신하고 심신이 불안정해졌을 때, 강지민은 박시언에게 가장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그의 그늘이 되어주었다.
아무리 아내를 아끼는 남자라도 임신으로 인해 퉁퉁 부은 아내에게 인내심을 잃을 날이 올 것이므로 그녀가 섹시한 잠옷을 입고 손가락만 까딱이면 상대는 쉽게 넘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지성 그룹 사모님 자리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게다가 박시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고 그녀는 무심코 자기가 유아교육 전공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원래 우예린은 난산으로 몸이 허약했고 박시언 혼자 아이를 잘 돌볼 수가 없었기에 그녀의 박시언에게 있어 최고의 선택이 되었다.
또 그녀는 우예린이 절대로 반대했던 간식을 박승윤에게 주고 우예린이 사주지 않았던 장난감을 사주었을 뿐인데 아이는 어느새 그녀를 친엄마보다 더 가깝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워도 그녀의 아이가 아니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 두 사람이 뜨거운 시간을 보낸 후면 혀 밑에 숨겨둔 피임약을 몰래 뱉어내곤 했다.
이제 지성 그룹 사모님 자리는 반드시 그녀의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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