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린은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끝내 윤건우의 고집을 못 꺾고 그에게서 보상을 받은 후 해외로 가는 티켓을 한 장 끊었다.
차서아의 부검 결과가 나오던 날, 보고서에 적힌 사망시간을 본 윤건우는 충격에 휩싸였다.
16일 전이라니? 일주일 전에도 분명 그녀와 함께 있었는데?!
윤건우가 의혹을 제기하자 직원들도 흠칫 놀랐지만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았다.
“대표님, 이번 부검은 저희 국과수에서 가장 권위 있는 부검의가 했습니다. 그분 보고서는 절대 오류가 날 일이 없습니다.”
밖으로 나온 윤건우는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다 죽은 사람이 그와 무려 일주일이나 함께 있었다니?!
윤건우는 도통 믿어지지 않았다.
가장 처음 시신을 발견한 날, 시체 썩는 속도가 유난히 빠르더라니...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시체가 차서아 맞긴 해? 아니면 혹시... 서아가 이미 죽었는데 어떤 연유로 계속 이생에 남아있었던 건 아닐까?’
이 생각이 든 순간 전에 느꼈던 이상한 감정들이 또다시 뇌리를 스쳤다.
16일 전 차서아는 갑자기 그에게 엄청 많이 전화를 걸면서 급한 일이 있다고 했지만 정작 집에 돌아오니 소파에 잠자코 앉아 있었다.
또한 벽에 걸린 7일짜리 디데이 달력까지, 마지막 한 장을 찢은 날 그는 더 이상 차서아의 소식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또... 부주의로 그녀를 밀치고 다시 부축하려 할 때 얼음처럼 차가운 그녀의 몸덩이와 맥이 짚어지지 않는 손목까지.
이 모든 단서가 그의 두 번째 추측을 지목하고 있었다.
윤건우는 뭔가 알아챈 것처럼 미친 듯이 이 사건을 입증할 증거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그 7일 동안 다른 사람들은 차서아에 대한 기억이 마치 보이지 않는 지우개에 의해 지워진 것처럼 아무런 인상이 없었다.
이채린이 비행기를 타기 일보 직전, 윤건우가 그녀를 가로채고 차서아에 관해 물었지만 정작 돌아오는 대답은 이러했다.
휴대폰을 꺼내 들었는데 문득 차서아의 휴대폰도 집에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고 굳었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그래, 맞아! 휴대폰에 일말의 단서라도 남길 수 있어!’
윤건우는 재빨리 서재로 달려가서 서랍 안에 넣어둔 휴대폰을 꺼냈다. 잠금화면 속 활짝 웃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는데 꼭 마치 한 세기가 흘러간 기분이었다.
차서아의 비번은 여전히 윤건우의 생일이었다. 그는 곧장 잠금을 해제하고 우선 통화목록과 메시지부터 확인했으나 죄다 그의 번호로 기재되었다.
마지막으로 찍힌 날짜는 9일 전, 바로 그녀와 함께 저녁을 먹겠다고 약속한 날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업무를 제쳐두고 얼른 집에 달려오는 건데. 그날이 두 사람의 마지막이 될 줄이야.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윤건우는 차서아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는데 16일 전과 9일 전에 각각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기록된 것이다.
그 두 날 윤건우의 휴대폰을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채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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