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 집에서 진영철은 그녀한테 잘해주는 사람이었다.
강유나는 그 이상한 느낌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결국 자신이 고마움을 모르는 거라고 탓했다.
그녀는 눈살을 가다듬으며 속내를 숨기려 했고 입술을 살짝 깨물고 부드럽게 말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할아버지,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이 시점에 더 이상 할아버지한테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
그 말을 들은 진영철은 머리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나야, 가족끼리 무슨 소리 하는 거냐?"
강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엄마의 상황이 안 좋아요."
그러면서 멈칫하고는 심호흡하고 조리 있게 말했다.
"한동안 병원에 있으려고요, 남은 시간 동안 같이 시간 보내고 싶어요, 마침 해야 할 일도 있고, 그래서 허 집사님이 같이 가실 필요가 없어요."
진영철은 그제야 그녀가 도망치겠다는 걸 알아챘다.
진영철은 바로 허리를 펴고 뒤에 기대서 허 집사를 힐끗 보았다.
"그랬구나."
그의 의미심장한 말에 강유나는 얼굴이 뜨거워졌고 자세를 더 낮췄다.
"감사해요, 할아버지."
동의한 걸로 받아들였다.
고집을 이기지 못하자 진영철은 하는 수 없다는 듯 손을 흔들었고 그녀의 뜻대로 하게 했다.
"가 봐."
강유나는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고는 도망가려고 하는데, 돌아서자마자 진영철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웠다.
"유나야."
그 말을 듣자 강유나는 발걸음을 멈췄고 진영철이 느긋하게 말했다.
"넌 아직 젊어, 너무 힘들게 살지 마."
강유나는 멈칫했고 진영철의 말속에 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다급하게 입을 뻥긋거렸고 뭐라고 하려고 했는데, 진영철이 붓을 들고 글을 쓰려고 하면서 말했다.
"가 봐, 네 엄마한테 안부 전해주고."
그 모습을 본 강유나는 가볍게 인사했고 다급하게 문을 닫았는데 마주 온 사람과 부딪쳤다.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친 강유나는 심장이 덜컹했고 깜짝 놀라서 연신 뒷걸음쳤다.
머리를 들어 오현우인 걸 보자 강유나는 멈칫했다.
"미안해요."
오현우는 눈썹을 치켜들고 그녀를 훑어보더니 친한 척하며 말했다.
그제야 강유나는 왜 오현우가 진영철의 환심을 살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보자 그는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며 옆으로 자리를 비켜 주었다.
"가요, 가는 길입니다."
강유나는 진짜 가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가 모르는 척하면서 자신을 비웃으려고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오현우는 가는 내내 열심히 운전만 했는데, 마치 진짜 좋은 마음에 데려다주려고 하는 사람 같았고 거의 말도 걸지 않았다.
강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숨을 쉬었다.
차가 병원 문 앞에 세워졌고 오현우가 브레이크를 밟고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도착했어요."
그러자 강유나는 가볍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문을 열려고 하는데, 마침 길 건너편에 세워진 차를 보게 되었다.
아주 익숙한 번호였다. 자세히 보니 정말 진영재의 차번호였다.
강유나는 멈칫했고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옆에 있던 오현우도 눈치채고는 의아해했다.
"작은 삼촌?"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문이 열리더니 진영재가 긴 다리로 차에서 내렸고 민연서가 바로 뒤따랐다.
진영재는 급하게 가지 않았고 북적한 거리를 돌아 매너 있게 민연서한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고는 서로 팔짱을 꼈는데 정말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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