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나는 오현우가 올 줄 생각도 못했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문 밖을 내다보았는데, 익숙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렸고 복잡한 시선을 거두었다. 오현우가 물건을 가득 들고 침대 끝에 서 있자 그녀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렇게 많이 안 가져와도 돼요."
강유나가 예의 있게 말했다.
"그만 서 있어요."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원래는 오현우는 침대 끝에 있는 소파에 앉으라고 하고 싶었는데, 너무 멀어서 대화하기 불편할 것 같았다. 시선을 돌려보니 마침 침대 옆에 의자가 있었다.
진영재가 전에 앉았던 의자였다.
강유나는 그 의자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일단 여기 앉아요."
오현우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고 손에 들었던 영양제를 모두 옆에 있는 테이블에 놓았다.
"아니에요."
오현우는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침대 끝에 서 있었다. 강유나의 안색이 많이 좋아지자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별일은 없어요, 저번에 왔다가 인사도 못하고 가서, 몸이 어떤지 보러 온 거예요. 회복 잘 된 것 같으니 죄책감이 많이 덜어진 것 같네요. 그냥 서서 몇 마디만 할게요, 조금 이따 또 운전해서 가야 해요."
그는 멈칫하고는 일부러 한마디를 보탰다.
"팀에 급한 임무가 있어서요."
"그렇게 급해요?"
강유나는 멍하니 어둑해진 창밖을 바라보았다.
"일이 바쁘면 이렇게 특별히 안 와도 돼요."
그녀가 자신을 걱정해 주자 오현우는 미소를 지었고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호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고개를 숙여보니 화면에 "오"라고 떠 있는 걸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강유나는 그의 불쾌함을 바로 발견했다,
그녀는 오현우의 직장에서 부르는 줄 알고, 돌아가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오현우가 먼저 말했다.
"강유나 씨."
오현우는 휴대폰을 손에 꽉 쥐었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강유나를 보며 홀가분한 척하며 웃었다.
"먼저 가볼게요, 자꾸 재촉해서요."
강유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침대에 앉아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심해서 운전해요."
오현우는 "네"하고는 가볍게 웃으며 "다음에 또 보러 올게요"라고 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문을 닫는 순간, 그의 얼굴의 미소가 사라졌고, 그는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꺼버렸다. 그리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복도 끝에서 진영재를 보게 되었다.
그는 색이 바랜 벽에 기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현우는 순간 긴장 해났다.
두 사람이 서로 만났고, 오현우가 먼저 걸음을 멈추고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삼촌."
진영재는 이상하게 웃더니 가볍게 말했다.
"10년 전 일을, 네가 정말 깔끔하게 처리해서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아?"
오현우는 움찔했고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말이야?"
"내가 말을 꺼내지 않은 건, 네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야. 그동안 내 앞에서 까불지 않아서 너랑 얼굴을 붉히지 않은 거라고."
진영재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동안 책임을 나한테 넘겼잖아, 오현우, 내가 널 찾지 않은 건 내가 널 봐줘서 그런 거야, 네가 팔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는 멈칫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혼냈다.
"경고하는데, 유나 넘볼 생각하지 마, 유나한테서 떨어져. 분수를 지켜야 해, 그래야 남은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어."
갑자기 10년 전 얘기가 나오자 오현우는 완전히 얼굴이 새하얘졌고 화도 모두 사라졌다.
"너!"
진영재는 그가 당황 해하자 만족스럽다는 듯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서로 지나치는 순간, 그는 잊지 않고 비꼬며 말했다.
"지금 이 느낌을 기억해."
오현우는 말문이 막혔다. 진영재는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어른으로서 너한테 하는 충고야."
그러고는 떠났고 오현우 혼자만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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