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이 가까워지자 강유나는 혼자 병원 밖에서 진영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선영이 그들한테 혼인 신고를 해라고 했고, 혼인 신고서를 가져와야 완전히 눈을 감을 수 있다고 했었다.
그게 마지막 유언이라고 했다.
그렇게 못하면 눈을 감지 못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진영재는 계속 침묵했다.
그는 막연하게 침대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김선영이 그의 손등을 잡아 피가 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가만히 미간을 찌푸렸고 아무도 진짜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간호사가 다급 해나서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이고, 일단 알겠다고 해요!"
거짓말을 해서라도 만족하면서 눈을 감게 하는 게, 이렇게 고통스럽게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가 침묵하자 강유나는 얼굴이 뜨거워났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는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가 아파서 몸을 부들거렸다.
김선영은 이미 숨이 쉬어지지 않아 얼굴이 파랗게 되었고 귀도 먹먹해져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강유나는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김선영이 고통받는 게 싫어서 침대 옆에 진영재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진영재!"
강유나는 그의 팔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절하게 말했다.
"부탁이야, 거짓말이라도 해줘, 응?"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진영재가 머리를 들었고 두 사람이 눈을 마주한 순간, 그는 그녀의 눈빛에 깃든 절망을 볼 수 있었다.
한참 지나서.
진영재는 새빨개진 그녀의 눈을 보며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고 아무런 감정이 없던 눈에 눈물이 조금 찼다.
"그래."
그는 드디어 동의했다.
진영재는 말하면서 바로 일어섰는데, 강유나가 아직 꿇고 있는 걸 보고는 그녀한테 손을 내밀었다.
"바닥이 차, 일어나."
강유나는 멈칫했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진짜?"
"응."
진영재는 고개를 숙이고 불을 등진 채 강유나를 내려다보았다.
"주민등록증 줘, 내가 가서 할게."
간호사는 기뻐하며 김선영의 옆에 가서 큰소리로 말했다.
"지금 간대요, 걱정 마세요!"
진영재는 강유나의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손깍지를 끼었다.
그는 허리를 숙여 김선영의 귀에 대고 장담했다.
의사는 시간을 보고는 말했다.
"남편이 언제 오는지 물어보세요."
강유나는 멈칫했다.
"남편"이라는 말 때문이 아니라, 목숨이 끝나는 순간에, 김선영의 마음속에 딸이 있어서였다.
강유나는 목이 메어왔다. 의사가 재촉하자 그녀는 김선영을 지긋이 보고는 밖으로 향해 뛰어갔다.
한쪽으로 사람들을 지나면서 한쪽으로 진영재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계속 받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점심이 되어서까지도 진영재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파 속에서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강유나 씨!"
강유나가 갑자기 머리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오현우였다.
"진영재 기다려요?"
오현우는 걸음을 멈추고 심호흡하고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기다리지 마요."
"민연서 데리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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