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진영재는 아주 단호했다.
강유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는데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전에 오현우가 이 아이를 어떡할 거냐고 했을 때, 그녀는 잘 생각하지 못했기에 애매하게 답했었다.
그녀는 어릴 적에 편부모 가정의 아픔을 겪었었기에, 어차피 진영재와 헤어져야 한다면, 그녀는 이 아이를 더 갖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아쉽긴 했다. 어찌 됐든 자기의 핏줄이었고, 그녀가 혼자였기에 낳으면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강유나는 원래 망설여졌지만 진영재가 이렇게 단호하게 결과를 말해주자 마음이 아주 씁쓸했다.
정말 독하네.
강유나는 입술을 깨물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진영재는 원망에 가득 찬 그녀의 눈빛을 보며 생각에 잠겼지만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유나야, 넌 똑똑한 사람이니까 잘 알 거야, 이 아이를 낳아도 너한테 아무런 좋은 점이 없어."
그러면서 잠깐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리고 싸늘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난 인정하지 않을 거야."
그녀가 질척거릴까 봐 두려운 거였다.
그 말을 듣자 강유나는 몸이 굳어져서 진영재를 빤히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이 지경까지 된 상황에 관해 해명을 듣고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진영재는 그녀한테 눈빛도 주지 않았다.
강유나는 바로 알아챘다.
진영재가 정말로 이 아이를 지우려고 한다는 걸 말이다.
강유나는 다리에 놓은 두 손을 꽉 잡았고, 머리를 살짝 들자, 약지에 끼워져 있던 빛바랜 조각 다이아 반지가 보였는데 차창 너머로 스며든 햇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아주 작은 다이아 었고 별로 비싸지도 않았다. 그건 그녀가 대학교 졸업하던 해 생일, 눈이 흩날리는 밤에 진영재가 직접 선물한 거였다.
선물이라고 했지만 강박의 의미도 있었다. 젊음에 빛나던 소년이 그녀의 손을 잡고 맹세했었다.
"여보, 절대 싸다고 생각하지 마."
어린 시절의 진영재는 눈빛이 별처럼 반짝였고 말투에는 지지 않으려는 고집이 있었다.
"언젠간 내가 진씨 가문을 벗어나서, 내 손으로 돈 벌어 너한테 더 크고 더 반짝이는 다이아를 선물해 줄게!"
그 말에 강유나는 얼굴이 뜨거워났고 진영재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그가 꽉 잡고 그녀가 동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돌리고 나지막한 소리로 욕했다.
"뻔뻔하긴, 누가 네 여보야!"
하지만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게 변하고, 사람의 마음도 변할 것이라는 걸 잊었다. 사람은 변할 것이기에 제일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을 가다듬고 조용히 생각해 보자, 강유나는 자신이 전에 겪었던 고생들이 모두 진영재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정말 지독한 사람이었다.
지금처럼 신과 같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줬지만 또 그녀에게 고통을 전해주었다.
강유나는 고개를 숙였고 입술을 오므렸다. 눈물이 앞을 가렸을 때, 진영재가 서류를 건넸다.
"강유나, 그래도 알고 지낸 세월이 있잖아."
"사인해, 이 아이 지우면 너한테 돈 많이 줄게, 너 보내줄게."
강유나는 낯빛이 굳어져서 진영재가 건넨 서류를 멍하니 바라보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인하면 장례식에 보내줄게, 사인 안 하면 별장으로 보내줄 거야."
그녀가 답하지 않자 진영재는 그녀가 동의하지 않을까 봐 마음을 굳히고 더 몰아세웠다.
"강유나, 네가 선택하면 돼."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사는 마치 지시를 받은 듯 바로 길 옆에서 시동을 꺼버렸다.
차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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